지난 블랙 프라이데이에 고객들이 서로 물건을 사겠다며 몸싸움까지 벌인 사태가 미국 곳곳에서 발생했다. 심지어는 10여 달러짜리 토스터를 두고도 분위기가 험악해졌다니 물건 싸게 사고 싶은 욕심이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심리가 세일에도 그대로 적용이 된다. 세일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소비자들로 인해 블랙 프라이데이 아수라장은 매년 반복된다. 찬바람 쌩쌩 부는 추운 거리에서 텐트 치고 기다리는 수고를 마다 않고, 매장 문이 열리자마자 우르르 몰려 들어가느라 부딪치고 다치고 멍드는 부상을 마다 않으며, 물건 하나를 움켜잡고 서로 ‘내가 먼저’라며 싸우는 사태를 마다 않는 소비자들이 매년 등장한다.
이런 수고 덕분에 좋은 물건 싸게 샀다고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입맛 씁쓸한 경험만 하고 말기 일쑤다. 한인주부 A씨도 몇 년 전 블랙 프라이데이 샤핑을 잊을 수가 없다. 다시는 반복하고 싶지 않은 ‘한 겨울밤의 추억’이다.
A씨가 남편과 함께 샤핑에 나선 것은 블랙 프라이데이가 막 시작된 새벽 0시30분 즈음이었다. 집에서 20마일 떨어진 아웃렛으로 향했는데 고속도로가 텅 비어서 금방 목적지에 도착할 것 같았다. 그런데 아웃렛이 가까워지면서 상상도 못한 광경이 펼쳐졌다. 자동차들이 밀려 거의 주차장 수준이었다. 마지막 2마일을 가는 데 자그마치 한 시간 30분이 걸렸다.
“너무 힘이 들어서 그냥 돌아갈 까도 생각했지만 거기까지 간 게 아까워서 그럴 수도 없었어요.”드디어 새벽 3시, 매장들이 문을 열고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대대적 할인을 하기는 해도 막상 고르려고 보니 딱히 마땅치 않아 겨우 스웨터 한 장을 건졌다. 밤잠 안자고 몇 시간씩 투자한 수고에 비하면 턱없이 빈약한 성과였다.
게다가 A씨가 그 아웃렛을 찾은 이유는 샤넬, 프라다 등 명품매장에 가기 위해서였는데 이들 매장은 아침 7시에나 문을 연다는 것이었다. 7시까지 기다리려니 너무 잠이 쏟아져서 A씨 부부는 자동차 안에서 잠이 들었다. 그리고는 부스스 잠에서 깨어나 집으로 돌아오면서 “두번 다시 블랙 프라이데이 샤핑은 없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세일은 왜 이렇게 강렬하게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는 것일까. ‘돈을 아끼기 위해서’라는 설명으로는 충분하지가 않다. 돈을 아끼려면 방법은 간단하다. 안사면 그만이다. 그런데 꼭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단지 세일이라는 이유로 사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예를 들어 어느 백화점에서 500달러짜리 핸드백을 300달러에 판다고 하면 고객들이 떼로 몰려든다. 그들 중 핸드백이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런 세일에 안사면 200달러를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 가방을 손에 넣고 나면 200달러를 벌은 것 같은 짜릿함이 소비자들을 할인매장으로 끝없이 불러들이고 있다.
연말대목을 맞아 각종 세일들이 한달 내내 펼쳐질 것이다. 세일에 현혹되다 보면 내년 1월 크레딧카드 빚더미에 앉고 만다. 세일 물건 앞에서 반드시 따져볼 것이 있다. 꼭 필요한가, 그 돈을 들일만한 가치가 있는가. 물건 욕심 부리기에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이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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