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9년 2월 독일의 소도시 바이마르에서 제헌의회가 열렸다. 제1차 대전에서 패한 독일을 재건하기 위한 새 나라와 새 헌법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독일 역사상 처음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 경제를 기치로 내건 바이마르 공화국은 많은 기대 속에 출범했으나 불과 14년 뒤 히틀러의 집권으로 비극적인 종말을 맞고 만다.
이보다 한 달 앞서 뮌헨에서는 안톤 드렉슬러에 의해 독일 노동당이 창당된다. 당이래야 인원 수도 몇 안 되고 만날 곳도 마땅치 않아 10여 명이 맥주 집에서 노닥거리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주 일과였지만 이들은 유대인들을 독일에서 쫓아내고 아리안 민족이 지배 계급이 되는 원대한 꿈을 꿨다.
1919년 5월 이들 모임에 콧수염을 기른 코미디언 같은 인물이 나타났다. 처음 그를 우습게보던 당원들도 그의 토론 실력과 열정에 깊은 인상을 받고 입당을 제의했다. 그는 즉석에서 이를 수락하고 55번째 당원이 됐다.
정부 당국이 극우 정당의 동태를 파악하기 위해 스파이로 보낸 아돌프 히틀러는 이렇게 해 훗날 나치당으로 변신하는 독일 노동당의 멤버가 된다. 이 엉성한 모임이 나중에 바이마르 정부를 무너뜨리고 유럽은 물론 전 세계를 전쟁에 몰아넣고 600만의 유대인을 학살하는 모체가 되리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누구도 히틀러가 자기 생각을 숨기고 사기를 쳐 집권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는 처음부터 자기가 집권하면 어떤 일을 벌일 것인지 조금도 숨김없이 말했다. 사람들이 미치광이의 헛소리로 여긴 것이 잘못이었다. 그는 드렉슬러를 밀어내고 나치당의 지도자가 되자마자 쿠데타로 정권을 잡는 방법에 대한 모의에 들어갔고 1923년 뮌헨에서 이를 결행했다. 당국의 진압으로 나치당원 16명이 죽고 히틀러는 반란죄로 체포돼 수감됐지만 어쩐 영문인지 징역 5년이라는 최소한의 형량이 선고됐고 그나마 9개월 복역 후 모범수라는 이유로 풀려났다.
재판과 수감은 그를 오히려 스타로 만들어줬고 그가 감옥 안에서 쓴 ‘나의 투쟁’은 베스트셀러가 됐다. 바이마르 공화국은 국가 전복을 선동하는 그의 연설을 언론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보호했고 유대인 박멸이 강령인 나치의 활동을 정당 설립 자유라는 이름으로 허용했다.
바이마르 공화국의 보호 아래 무럭무럭 자란 나치당은 결국 선거에서 승리하며 히틀러는 총리가 된 후 ‘수권법’에 의해 독일의 절대 권력자가 된다. 독일 정부가 쿠데타를 모의한 그를 일찍이 사형에만 처했더라도 독일과 유럽은 다가올 끔찍할 참화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한국에서 지금 정부가 헌법 재판소에 통합진보당의 위헌 정당 해산 청구를 한 것을 놓고 정치권이 시끄럽다. 정부 당국은 통진당의 강령과 인적 구성, 활동이 모두 민주적 기본질서에 어긋나 이를 방치할 경우 대한민국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 우려가 있다고 보고 있다.
통진당은 이미 내란 음모 혐의로 구속된 이석기가 이끄는 당이다. 그는 지난 5월 경기 동부 연합 비밀 조직인 RO 회원 130여명이 모인 자리에서 국가 기간산업 파괴와 무기 확보 등을 논의한 인물이다.
이 사실이 드러나자 통진당은 처음에는 사실 자체를 부인하다 나중에는 발언 내용이 왜곡됐다고 하더니 다음에는 모든 것이 답답한 세상 한 번 웃어나 보자고 한 농담이었다는 궤변으로 일관했다. 그가 구속됐을 당시 거당적으로 반발했으며 지금도 그를 빼내기 위해 거당적으로 투쟁하고 있다. 그가 몸통이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통진당이 이석기고 이석기가 통진당인 것이다.
통진당은 창당 이래 남북이 충돌했을 때 한 번도 남쪽 편을 든 적이 없다. 한미동맹을 깨고 미군을 철수시킨 뒤 북한 주도하의 통일을 하겠다는 것이 이들의 일관된 생각이다. 이들의 세력이 적다는 이유로, 언론과 정당 설립 자유를 이유로, 이들을 편드는 사람은 바이마르 공화국과 나치의 옛일을 기억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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