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만이 살 길이던 시절이 있었다. 정부에서는 수출 기업에는 저리 융자 등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수출을 많이 한 기업인들은 온갖 훈장을 받으며 국민적 영웅으로 대접받았다. 연 수출액 100억 달러가 되면 1인당 국민 소득이 1.000달러를 넘고 그러면 모두가 잘 사는 새 세상이 열릴 것 같았다. 정부는 수출 100억 달러를 국정의 최대 목표로 삼았고 마침내 이를 달성했다.
참 까마득한 얘기가 같지만 1977년 이야기다. 그 30년 사이 한국은 달라져도 너무 달라졌다. 이제는 연이 아니라 월 수출액이 500억 달러를 넘는다. 1인당 국민 소득은 2만 달러를 훌쩍 넘어 이제 3만 달러를 바라보고 있다. 돌이켜 보면 아프리카 수준의 초근목피로 목숨을 부지하던 한국이 세계 10대 경제 강국으로 도약한 것은 전적으로 수출의 공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지하자원이라고는 전무하고 인구만 많은 한국이 살 수 있는 길은 노동 인력을 고급화해 양질의 상품을 싸게 만들어 세계 시장에 파는 것 이외에는 없었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 부모 세대가 상상할 수 없던 일이 벌어지고 있다. 올 한국의 무역 흑자 폭이 사상 처음 일본을 앞지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 것이다. 1868년 메이지 유신으로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근대화에 성공한 일본. 그렇게 얻은 힘으로 한국을 식민지로 삼고 중국을 쳐들어가더니 미국과 맞장을 뜨다 망한 나라. 원자탄을 맞고도 다시 일어나 온 세계를 집어삼킬 듯 날뛰던 일본이 무역 전쟁에서 한국에 지기 시작한 것이다.
불과 3년 전인 2010년만 해도 일본은 한국과 비교 대상이 아니었다. 2008년 금융 위기로 한국의 적자 폭이 32억 달러에 불과했을 때 일본은 1,593억 달러의 흑자를 냈다. 그러던 일본이 2011년 들어 경상 수지 흑자가 1,190억 달러로 줄더니 작년에는 604억 달러로 감소했다. 이는 2011년 후쿠시마 대지진으로 원전이 폐쇄되면서 유류 수입이 급증한 것도 원인이지만 일본의 전통 주력 산업인 전자제품이 소니와 파나소닉 등의 몰락으로 급속히 경쟁력을 잃은 것이 결정적이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한국의 경상 수지 흑자 폭은 삼성의 스마트 폰 등 전자제품과 현대 자동차 등이 호조를 보이면서 2010년 294억 달러에서 작년 431억 달러로 급속히 늘어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한국의 흑자 폭은 630억 달러로 일본의 601억 달러를 첫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추세가 얼마나 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한국의 주력 수출 부대가 삼성과 현대에 편중돼 있고 일본은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인구는 일본의 절반도 안 되고 나라 면적은 1/4에 불과한 한국이 일본을 제쳤다는 것은 역사적인 사건이다. 이런 기적을 이룬 한국민과 기업인들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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