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들이 가장 신경 쓰는 것은 이미지이다. 그래서 후진국 독재자들은 국민들에게 자신을 절대적인 존재로 각인시키기 위한 세뇌와 선전에 몰두한다. 간혹 이것이 지나치면 신격화 작업으로 흐르게 되고 그러다 보면 코미디가 돼 버린다.
우스꽝스런 지도자 신격화 작업의 선봉에 서 있는 나라는 북한이다. 북한은 지도자를 초자연적인 존재로 만들어 주민들의 경외심과 충성을 유도한다. 북한 관제언론들은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하기 전날 밤 백두산 천지에서 갑자기‘쿵’ 하는 요란한 땅울림이 있었고 꽁꽁 얼어있던 천지의 얼음장이 갈라지는 소리가 밤새 들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의 죽음을 슬퍼해 백두산이 몸부림치며 천하를 흔든 것이라는 해석을 덧붙였다.
이런 종류의 이야기들은 북한의 고전적인 신격화 방식이다. 김일성 시절에는 그를 신격화하기 위해“수령님은 솔방울로 수류탄을 만들어 왜놈을 치고 모래로 쌀을 만들었다”는 전설을 만들어 널리 퍼뜨렸다. 그러나 북한의 식량 사정이 악화되자 이 전설은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또 하나의 우스꽝스러운 조작은 김정일의 신들린 골프실력에 관한 것이다. 홀인원은 골퍼들이 평생 한 번도 기록하기 힘든 진기록. 그런데 북한의 한 정보문서는 김정일이 골프를 배워 처음으로 골프장에 나간 날 무려 11개의 홀인원을 기록했다고 적고 있다. 너무 어이가 없어 헛웃음조차 나오지 않는 주장이다.
이처럼 얼토당토않은 신격화까지는 아니더라도 독재성향의 지도자들은 관제언론을 등에 업고 자신의 이미지를 만드는 일에 신경을 쓴다. 전직 KGB 요원 출신인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도 그런 지도자 가운데 하나로 널리 알려져 있다.
최근 크렘린 궁은 시베리아에서 사냥과 낚시를 즐긴 푸틴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과 사진들을 웹사이트에 올렸다. 그런데 푸틴이 커다란 창꼬치 한 마리를 잡아들고 서있는 사진을 놓고 러시아 네티즌들 사이에 논란이 일고 있다. 크렘린 측은 이 물고기의 무게가 46파운드에 달한다고 밝혔지만 많은 네티즌들은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며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경험 많은 낚시꾼들은 “아무리 봐도 그렇게 큰 고기가 아니다”라며 무게 조작 의혹을 나타냈으며 푸틴이 고기를 잡도록 해 연출한 사진이 아니냐는 댓글도 실렸다. 일부 러시아인들은 지난 대선에서의 선거부정 시비를 상기시키며 “개표방식을 적용해 물고기 무게를 잰 것 아니냐”고 비아냥거리기까지 했다. 문제가 커지자 푸틴을 수행했던 공보장관이 나서 “직접 무게 재는 것을 봤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논란은 정치성까지 띠며 확산되고 있다.
사소할 수도 있는 문제가 논란거리가 된 것은 푸틴의 전력 때문이다. 2000년 권력을 잡은 후 그는 웃통을 벗은 채 말을 타거나 시베리아에서 호랑이 사냥을 하는 모습을 공개하는 등 국민들에게 자신의 강한 이미지를 심어주는 일에 상당히 신경 써왔다. 그런 가운데 푸틴이 흑해 해저에서 고대유물을 발견했다는 발표가 나오기도 했는데 이것은 허위인 것으로 추후 드러났다. 그러니 러시아 국민들이 푸틴의 물고기에 의혹을 제기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독재의 잔재가 남아 정치문화가 후진적이고 관제언론들이 기승을 부리는 국가에서는 이런 종류의 이미지 조작이 흔하게 이뤄진다. 그러니 이것이 어찌 러시아만의 풍경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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