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우존스 산업지수는 미 증시의 흐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주가 지수다. 지난 5월26일은 이 지수가 탄생한지 117주년이 되는 날이다. 지금은 미국을 대표하는 30대 우량기업의 주가를 기준으로 만들어져 있지만 처음에는 당시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 12개로 이뤄져 있었다.
이들 첫 12개 기업 이름을 보면 금석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미 면 기름 회사, 미 설탕 회사, 미 담배 회사, 시카고 개스 회사, 증류 및 가축 사료 회사, 라클리드 개스 회사, 전국 납 회사, 북미 전기 회사, 테네시 석탄, 철강, 철도 회사, 미 가죽 회사, 미 고무 회사, GE 등이 그들이다.
이들 회사 중 다우 산업지수에 아직까지 포함돼 있는 것은 GE 하나뿐이다. 나머지는 망했거나, 인수 합병돼 사라졌거나, 명맥은 유지하고 있지만 오래 전에 다우에서 빠졌다. 100년 동안 주도적 위치를 유지하는 기업으로 살아남는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가를 보여준다. 100년은 그만두고라도 현재 다우에 속한 30개 기업 중 40년 이상 지수 안에 있던 기업은 6개에 불과하다. 대다수는 지난 20~30년 사이에 미국 대표 기업으로 떠올랐다.
이중 둘이 1999년 사이좋게 함께 다우에 편입된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이다. 이 둘은 80년대 본격적으로 불기 시작한 개인 컴퓨터(PC) 혁명에 편승해 미국 산업의 강자로 군림하기 시작했다. 하버드를 때려치우고 차고에서 회사를 차려 전 세계 최고 갑부가 된 빌 게이츠는 하이텍 업계의 전설로 남아 있다.
그를 비롯 수많은 사람을 백만장자로 만들어줬던 PC 업계가 요즘 흔들리고 있다. 지난 1/4분기 PC 판매 대수는 7,900만대를 기록했다. 이는 많아 보이지만 작년과 비교하면 무려 14%가 줄어든 것이다. 그 전해에는 1%가 감소했었다. PC 판매가 급속히 줄어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추세가 뒤바뀔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는 점이다. 뒤바뀌기는커녕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 1/4분기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야심차게 윈도우즈 8을 내놓았는데도 이런 사태가 벌어졌다는 것이 더욱 불길한 조짐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내놓을 때마다 사람들이 장사진을 치며 사려고 아우성치던 때와는 세상이 변해도 너무 변했다.
이 모든 것이 2007년 애플이 ‘아이폰’을 내놓으면서 시작됐다. 들고 다니면서 전화는 물론 웹 브라우징과 이메일 체크를 하고 사진과 영화, 음악, 동영상을 함께 볼 수 있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사람들은 PC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이런 추세는 2010년 애플이 ‘아이패드’라는 태블릿 PC를 출시하면서 가속화됐다.
PC 판매가 급감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탭 판매는 급증하고 있다. 2012년 1/4분기 1,800만대가 팔려나갔던 탭은 올 1/4분기에는 4,000만대가 판매됐다. 117%의 증가율이다. 탭 판매는 늘고 있지만 이를 개발해 독보적인 위치에 섰던 애플로서는 마냥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거의 독점적 위치에 있던 시장 점유율이 급속히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1/4분기 63%대 34%였던 애플과 앤드로이드의 점유율은 올해 1/4분기 48%대 43%으로 거의 비슷해졌다. 내년에는 앤드로이드에게 밀릴 것이 확실시된다. 이와 함께 작년 700달러를 넘어서며 곧 1,000달러가 된다던 애플 주가는 올해 한때 400달러 이하로 추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마찬가지다. PC가 덜 팔리면 PC 소프트웨어를 독점해온 마이크로소프트의 수익도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다. 현재 마이크로소프트의 주가는 1997년도 수준이다. 20년 가까이 거의 오르지 않은 셈이다. 뒤늦게 윈도우즈 폰을 내놓고 탭 시장에도 뛰어들고 있지만 뒤늦었다는 느낌이다.
아무리 덩치가 크고 돈이 많아도 미래의 흐름을 잘못 읽거나 세태가 바뀌면 몰락의 길로 접어드는 것을 피할 수 없다. 다우 존스 산업 지수에 속한 대기업 변천사를 보면 세상에 영원한 강자는 없다는 진리를 새삼 실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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