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정부, 현찰 대신 ‘물품 교환권’ 논의
▶ 한인들 “해외선 사실상 이용 불가” 우려
두 살과 네 살된 두 딸을 두고 있는 한인 박모씨 부부는 지난 3월부터 한국 정부로부터 20만원의 양육수당을 현금으로 매월 받고 있다. 저소득층에만 지급되던 양육수당 대상이 확대돼 박씨 부부처럼 해외 주재원 가정에도 양육수당이 지급되고 있는 것.
하지만 최근 한국 정치권에서 양육수당 지급방식을 ‘바우처’(서비스 이용권)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박씨 부부는 맘이 편치 않다. 박씨는 “20만원이면 우유랑 기저귀를 사기에도 벅차다”며 “그 돈을 누가 아이 키우는데 안 쓰고 다른 데 쓴다고 무의미한 논쟁거리를 만드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국 정치권에서 현금으로 최대 20만원이 지급되는 양육수당을 바우처로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양육수당을 받고 있는 미주지역 한인 부모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3월부터 체류지역에 상관없이 한국 국적을 가진 모든 5세 미만 유아에게 월 10만~20만씩의 양육수당은 은행구좌에 입금하는 방식으로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새누리당은 최근 양육수당 지급방식을 현재의 은행 입금방식에서 바우처로 지급하는 방식을 논의하고 있다.
양육수당이 바우처 지급방식으로 바뀌게 되면 부모들은 그 바우처를 젖병·기저귀·분유·생필품 등 아이를 키우는 데 필요한 물품구매에만 사용할 수 있다. 이럴 경우 미국 등 외국에서 자녀를 키우면 양육 수당을 받는 부모들은 사실상 사용이 불가능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한인 부모들 사이에 높아지고 있다.
3세난 아들을 둔 최모(38)씨도 “어떤 부모가 양육수당으로 유흥비를 쓴다고 이러는 건지 모르겠다”며 “바우처로 지급할 경우 해외에서는 사용할 방법이 사실상 없어지는 것 아니냐”며 우려를 나타냈다. 김모(32)씨는 “새누리당 의원들도 월급 대신 바우처를 받아야 한다”며 “기름 값은 주유소 쿠폰으로, 밥값은 식권으로 지급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 정치권의 논의와는 달리 한국 부모들의 반대가 예상보다 거세 바우처 도입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와 육아정책연구소가 최근 2,006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5.5%가 양육수당 바우처 지급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대용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