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에서 오두막집을 짓고 사는 어릴 적 내 친구 / 푸른 파도 마시며 넓은 바다의 아침을 맞는다”
가수 최백호가 노래한 ‘영일만 친구’의 첫 부분이다. 세상의 부귀영화로부터 멀리 떨어져 자연과 벗하며 소박하게 사는 삶의 모습이 담겨 있다. 군사독재 시절이던 1970년대 후반 최백호는 영일만 바닷가에 살며 음악다방 DJ를 하던 친구를 담아 이 노래를 만든 것으로 전해진다.
근년 한국에서 ‘영일만 친구’가 갑자기 회자되고 있다. 노래가 아니라 ‘영일만 친구’로 불리는 특정 직업인들이다. 매달 수임하는 재판 건수가 0건 아니면 1건인 ‘0-1’ 변호사를 법조계에서는 ‘영일만 변호사’라고 지칭한다고 한다.
‘변호사’ 하면 오두막집의 소박한 삶 보다는 부귀영화가 떠오르는 것이 보통이다. 한국사회에서 ‘사법고시’ ‘판검사’라는 말은 성공과 출세의 다른 말이었다. 자연히 머리 좋다는 사람들은 법대로 몰렸고, 그 결과 매년 2000명이 넘는 변호사가 쏟아져 나오게 되었다. 좁은 땅에 변호사가 너무 많아진 것이다. 결국 젊은 변호사들 중에는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영일만 친구들’이 부지기수라고 한다.
변호사라는 직업이 선망의 대상인 것은 미국도 다르지 않다. 특히 ‘사’자 직업 좋아하는 한인들에게 ‘자녀가 변호사’라는 건 아메리칸 드림의 성취로 해석된다.
그런데 그 좋던 법대의 인기가 이제 옛말이 되고 있다. 올해 미국에서 법대 지원자 수는 30년래 최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법대가 보장하던 장밋빛 미래가 점점 흐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졸업을 해도 취직이 안 되니 어쩌겠는가.
2011년 기준, 법대 졸업생 중 변호사시험 합격을 전제로 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은 65%에 불과하다. 1/3 이상은 법과 무관한 직업, 심지어는 백화점 점원이나 식당 종업원등 단순 노동직에 종사하는 형편이다. 변호사 일을 한다고는 해도 시간 당 25달러 계약직으로 서류 정리 작업이나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밤잠 안자고 매달린 3년의 공부, 그리고 법대졸업생 1인당 평균 학자금 융자 빚 10만 달러를 생각하면 밤에 잠이 안 올 상황이다. 2007년까지만 해도 졸업생의 92%가 취직을 하고 연봉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것을 생각하면 엄청난 변화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상황이 급변했다.
미국 법대 졸업생들의 고전 역시 변호사가 너무 많은 것이 원인이다.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다. 법률시장이 흡수할 수 있는 이상의 졸업생들이 매년 배출되자 감당이 되지 않는 것이다. 연방노동부 산하 노동 통계국 추정에 의하면 2010년부터 2020년 사이 새로 창출될 법률 관련 일자리는 21만8,800개. 한편 매년 법대 졸업생은 4만 여명 선. 2015년이면 신규 일자리는 모두 소진된다는 계산이다. 그후 졸업생들의 취업은 하늘의 별따기가 될 수밖에 없다.
현실이 이러니 법대의 인기가 꺾일 수밖에 없다. 애리조나 주립대학 법대 등 몇몇 대학은 학비 인하까지 단행했지만 당분간 법대 지원은 주춤할 전망이다. 이 기회에 명예나 보수 보다는 사법정의에 대한 관심이 법대진학을 이끈다면 이 또한 나쁘지 않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