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제주는 아름답다. 제주시에서 서귀포로 가는 길 양쪽에는 수천 그루의 벚나무에 꽃들이 만개했고 들판 곳곳에는 제주도의 명물 유채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이번 주말에는 ‘유채꽃 걷기 대회’가, 중순에는 ‘유채꽃 큰잔치’가 예정돼 있다.
그 꽃 사이를 한국인은 물론이고 외국인들이 몰려다닌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중국인들이다. 지난 1년 사이 제주도를 찾은 중국 관광객은 105만으로 전년에 비해 95%가 늘었다. 이 때문에 방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이들은 또 제주도 부동산을 무더기로 사들이고 있다. 아파트 한 채 두 채가 아니라 앞으로 개발할 땅 수십만 평을 통째로 사들이고 있다. 이 때문에 제주도 부동산 시장만은 활기가 있다. 세계 최악의 공해와 긴 겨울 추위에 시달리고 있는 중국인들에게 제주도의 맑은 공기와 따뜻한 기온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이렇게 급증하는 외국 관광객을 맞기 위해 제주 공항도 대대적으로 확장해 지방공항이 아니라 김포 공항을 연상시킬 규모로 커졌다. 비행기에서 내려 가도 가도 출구가 나오지 않고 공항 밖은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렌트카 회사들이 끝없이 줄지어 있다.
그러나 제주도의 봄은 이렇게 아름답기만 하지는 않다. 제주도민들에게는 4.3 사태라는 아프디 아픈 기억이 있다. 해방 직후 남한 대부분이 그랬지만 제주도는 특히 사회주의 단체의 입김이 거셌고 이들은 미군정에 극심히 반발했다.
그러다 1947년 3·1절 기념집회 과정에서 충돌이 일어나 경찰이 발포, 6명이 사망하자 좌익과 우파 세력 사이의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 1948년 4월 3일 좌파 세력이 탄압 중지, 단독정부 반대, 군정 반대 등을 내걸고 봉기하자 미군정은 군을 투입하여 진압했다. 그 과정에서 28만 제주도민의 10%에 해당하는 3만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으며 1년만인 1949년 봄에 종결됐다. 이 사건으로 형제자매가 갈라지고 부자가 원수가 됐으며 군과 정부에 대한 주민들의 불신이 뿌리 깊게 박혔다.
이 사건은 그 후 수 십 년 간 언급 자체가 금기시 되어오다 90년대 민주화를 거쳐 2000년 ‘제주 4·3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피해자 접수 신고 및 진상조사를 실시했고 2003년엔 유족과 제주도민에 대한 정부 차원의 공식 사과문이 발표됐다.
4.3 사태는 지난 3월 1일 이를 다룬 영화 ‘지슬’(지슬은 제주말로 ‘감자’라는 뜻)이 개봉되면서 재조명을 받고 있다. 선댄스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이 영화는 이미 관객 수 6만을 돌파했으며 독립 영화로는 최고 기록인 10만도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3일은 4.3 사태가 발생한지 65주년이 되는 날이다. 이 사건으로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수많은 영령들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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