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의 따가운 시선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젊은 엄마들 사이에 미국 원정출산에 대한 관심이 날로 뜨거워지고 있다는 13일자 본보 보도는 전혀 놀랍지 않다. 한국 부모들의 도를 넘는 자녀사랑과 교육열을 감안할 때 그렇지 않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몇 년 전 원정출산 문제가 미국의 시사주간지와 언론들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한때 주춤하는 듯 했으나 최근 다시 급증하고 있는 추세이다. LA시 3가의 그로브 몰 인근 고급 콘도단지 테넌트들 가운데는 한국에서 원정출산 온 부유층 임신부들이 적지 않다. 얼마나 많이 원정출산을 통해 시민권을 받아 가고 있는지 강남 중심가 일부 사립학교들은 재학생의 절반가량이 미국시민권자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을 정도다.
한국의 젊은 주부들은 인터넷에 동호회까지 만들어 정보를 교환하고 단체로 원정출산에 나서기까지 한다니 인터넷 시대에 한국인들은 진정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가는 ‘트렌드 세터’라 할 만하다. 이런 한국을 바로 뒤쫓아 오고 있는 것이 중국이다. 지금 미국사회에서 새로운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중국여성들의 원정출산이다.
중국 산모들이 이용하는 남가주지역 산후조리원만 40여개에 달할 정도이다. 그런 가운데 치노힐스 지역 미국 주민들은 지난해 말 동네의 한 주택이 중국 ‘앵커 베이비’(anchor baby)를 낳는 시설로 이용되고 있다며 시위를 벌였다. ‘앵커 베이비’는 미국에서 태어나 자동적으로 시민권을 취득한 자녀가 이후 다른 가족들까지 시민권을 쉽게 얻도록 하는 ‘닻’ 역할을 한다고 해서 붙여진 말이다.
이렇듯 자녀들의 시민권 취득을 노린 원정출산이 기승을 부리자 연방정부와 의회는 규제 방안을 고민하고 있지만 속지주의를 택하고 있는 헌법을 고치지 않는 한 뾰족한 수가 없다. 또 설사 법으로 규제한다고 해도 이런 현상이 뿌리 뽑힐 것 같지는 않다.
중국정부는 올 1월부터 중국인들의 홍콩 원정출산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했다. 홍콩에서 태어나는 아이들은 시민권을 받게 되고 학비 면제 등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그동안 많은 중국인 산모들이 홍콩 원정출산을 해 왔다. 그러나 중국정부의 조치는 근절에 실패했다. 홍콩인과의 위장 결혼, 제3국 국적 취득 후 출산 등 온갖 편법을 이용한 원정출산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한국과 중국 산모들의 미국 원정출산 붐에는 그럴만한 사회경제적 이유들이 작용하고 있다. 두 나라 모두 경제적으로는 크게 성장했지만 사회적으로는 많은 불안 요소들을 갖고 있다. 반면 미국은 과거보다 쇠락했다 해도 아직은 많은 부러움을 받는 나라이다. 경제적 능력이 뒷받침되는 부모라면 가능한 한 이런 나라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어 하는 것이 당연하다.
미국이라는 브랜드의 가치와 파워가 지속되는 한 원정출산의 발길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태어날 자식들에게 좀 더 나은 기회의 문을 열 수 있는 열쇠를 안겨주고픈 부모들의 욕망은 타인의 눈총만으로 손쉽게 억제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더구나 이제는 글로벌 시대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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