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은주(할렘 PS 57 초·중학교 과학교사)
얼마전 1학년 남학생으로부터 사랑의 카드를 받았다. "MS. J. KIM! I LOVE YOU!"라고 써 있었다. 너무나 예쁜 그 아이를 꼬옥 껴안아주고 지나가는 동료 교사들에게도 마구 자랑을 했다. 동료 교사들은 부러운 듯이 "Wow, that’s so cute! I never get any love letters from my students…"라며 호호 웃었다. 사랑의 편지를 주고받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나를 늘 따스하게 대해주시던 지인이 얼마 전 세상을 떠났다. 그 분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내 마음을 깊이 울렸다. 그리고 그 분과 나눈 정겨운 편지 내용들을 훑어봤다. 예술가였기에 섬세하고 큰 언니같이 늘 챙겨주며 내가 하소연하는 일에는 늘 내 편이 되어 주셨던 분이 이 세상에 없다는 사실은 내 마음을 깊이 파헤친다. 마침 몸살기운이 있어 차를 마시며 집에서 쉬며 한국일보를 읽던 중 그 분의 죽음을 접했다.
삶은 이렇게 짧고 아슬아슬한 것인가 보다. 하지만 그래도 삶은 아직은 살만하다. 사랑의 편지도 주고받고, 사랑을 실천하며 경험도 하니 이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인데… 고인을 생각하면 그저 안타까울 이다. 나는 내 학생들에게 애정표현을 많이 하는 편이다. 물론 학생들을 대할 때에는 조심해야 할 것이 많다. 남의 자식들이기에 내 딸들에게 하듯이 엉덩이를 툭툭 두드리고 볼이나 입술에 뽀뽀를 할 수는 없다. 물론 내 쌍둥이 딸들에게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애정표현이 격한 편이다.
인간은 늘 이렇게 몸으로 애정표현을 하며 살아야 한다. 물론 편지로 사랑의 말을 나눠도 좋지만 애정표현을 잘 하려면 글도 많이 읽어야 하고 우선 마음을 따스하게 만들어야 한다.
평소 과학을 가르치면서도 난 늘 내 학생들로 하여금 글을 많이 쓰게 한다. 교장은 이에 대해 크게 만족하고 있다. 새로 나오는 영어시험은 논픽션과 과학지식이 많이 담긴 내용을 분석하고 쓰도록 구성돼 있다. 때문에 교장 입장에서도 과학을 가르치는 내가 학생들에게 쓰기 연습을 많이 시키고 표현을 많이 하게 하는 것을 만족스러워한다. 덕분에 유치원생들도 글쓰기를 좋아하고 곧잘 쓴다. 아마도 칭찬을 아끼지 않고 듬뿍 주어서 그런가보다.
어린 내 학생이 내게 준 ‘사랑의 카드’도 떠올릴 때마다 내게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한다. 나와 정답게 지내오던 어느 지인의 죽음을 생각하며 슬퍼졌다가고 ‘난 내 삶을 알차게 아름답고 멋있게 살아야지. 그 분이 다 못 산 것까지, 그리고 그 속의 내용까지도 예쁘게 살아야지"라는 다짐을 해본다.
삶과 죽음은 그리 큰 차이가 없다고 한다. 죽음은 영원한 것이고 삶도 영원한 것이기에. 하지만 한 번 밖에 주어지지 않은 이 생, 이 순간, 이 환경, 이 세상에 난 그래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죽은 사람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알차게 많은 사랑을 주고받으며 살고 싶다.
내게 늘 따뜻한 사랑을 줬던 고인의 명복을 빌며 내 학생의 ‘Love Letter’를 가슴에 안고 그리고 시를 읽으며 내일은 내 학생들을 어떻게 재미있게 공부시킬까 하는 행복한 고민에 잠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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