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30 여 년 전 한국에는 직장 예비군이라는 것이 있었다. 그 예비군 훈련과 관련해 전해지는 에피소드로 이런 게 있었다. 대한민국 행정의 본산이었던 당시 중앙청. 예비군 훈련 때만 되면 꽤나 코믹한 광경이 벌어졌다고 한다.
중앙청 수위는 평소에는 경례 붙이기에 여념이 없었다. 아침마다 줄줄이 출근하는 고급 공무원들, 그들은 하나 같이 상사, 그것도 까마득히 높은 상사였기 때문이다. 그게 그런데 예비군 훈련 날이면 바뀐다는 것이었다.
그 수위는 위관으로 제대해 말단 공무원으로 중앙청에 취직을 했다. 그 중앙청 공무원들은 그런데 고위직으로 갈수록 군대 시절 계급은 낮아지는 것이었다. 사병제대 출신도 찾기 힘들다. 보충역에, 신병(身病) 등의 이유로 병역 미필자가 대부분이었던 것.
때문에 가장 말단인 수위가 예비군 훈련 날이면 기라성 같은 고위 공무원들로부터 경례를 받는 진풍경이 벌어지고는 했다는 이야기다.
새로 정부가 들어선다. 그 때마다 열리는 게 장관 등 임명직 고위 공직자 청문회다. 그 때마다 ‘변함없는 한 가지 사실’이 발견된다. 돈도 있고 권세도 있다. 그런 집의 자제들에게 신체장애가 그토록 많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군대에 못 갔다는 것이다. 잘 먹고 잘 산다. 그런 그들이 왜 그토록 몸이 안 좋은가. 조상 대대로 유전적으로 병들고 심각한 신체장애를 타고 났다? 뭐 그런 해석 밖에 나올 수 없는 것이다.
이 ‘변함없는 사실’은 새 정부 국무위원들에게서도 찾아진다. 군 미필이 하나 둘이 아니다. 신체적으로 장애이거나 활동이 부자유스러워 면제받았다는 거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또 다른 ‘변함없는 사실’이 발견된다. 신체가 부자유스러워 군에도 못 갔다. 그런데 장관 후보로 지명됐을 때 아무도 신체적 장애로 임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사양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변함없는 사실’은 그것 말고도 또 있다. 치부(致富)에는 상당한 소질이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사회 지도층 인사들을 한국의 보통사람들은 어떤 시각으로 보고 있을까. ‘가장 도덕적이지 못한 집단’이란 것이 한 연구조사 결과다.
이는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사회지도층을 구성하는 7개 직업인 그룹의 준법의식, 병역의무 이행 여부, 사회공헌도, 부패의식 등을 조사해 내린 결론이다.
이 조사에 따르면 한국사회의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지도층에 요구되는 도덕적 의무)지수는 26.48 점으로 합격선인 66점에 턱없이 모자라게 나타났다. 그 중 가장 도덕적이지 못한 집단으로는 16.08점을 얻은 국회의원, 정치인으로 밝혀진 것이다.
지도층이 지도력을 상실하면 어떤 결과가 올까. 국민의 학력은 날로 높아진다. 지도층은 그러나 자라지 않고 있다. 그 결과는 중우(衆愚)정치라는 게 한 정치학자의 경고다. 맞는 경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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