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명도가 꽤 높은 한국의 한 언론인 출신 보수계 인사가 전한 말이다. 7년여 전 쯤 인가. 그러니까 노무현 대통령의 인기가 상당히 높을 때였다. ‘앞으로 20년은 진보의 시대’라는 주장이 대세인 양 들렸던 시절이다.
보수 세력은 심각한 위기감을 느꼈다. 그대로 있을 수는 없다는 절박한 심정이 돼 시국성명을 내기로 했다. 그 일의 간사 역할을 이 언론인 출신 인사가 맡게 됐다.
성명문을 작성하고 일간지 전면 광고를 통해 이를 내보내기로 했다. 거기까지는 오우 케이. 그 다음부터 일이 어렵게 됐다고 했다. 연명으로 성명서가 나가는 데 누구의 이름이 상단에 올라가는가를 가지고 옥신각신 다툼이 생긴 것이다.
어렵게 교통정리를 했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보수의 입장을 알리는 시국성명이 신문광고를 통해 나갔다.
진짜 어려운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연명으로 이름 석 자가 올라간 사람들이 십시일반 형식으로 광고비를 충당키로 했었다. 그런데 그 돈이 안 걷히는 것이었다.
“그래야 1인당 30여만 원 정도 부담이었지. 그런데 그 돈을 안 내는 거야. 골프 치러 가서는 몇 십만 원을 우습게 쓰는 사람들이.” 그 분의 푸념이다. 그러면서 이런 말을 했다. “나도 보수파이지만 보수파란 사람들 더 고생해야 정신이 들 거야.”
보(保)하고, 수(守)한다. 조그만 집을 보하고, 수하는 데에도 최소한의 경비가 든다. 한 체제를 유지하고 보수하는 데에는 말할 것도 없다. 상당한 자금과 그 사회구성원의 자발적 헌신이 필요하다.
이야기가 길어진 것은 다름 아니다. ‘정책 공장’으로 불리는 싱크탱크 경쟁력에서 한국은 세계 수준에 한참 못 미치는 것으로 발표됐기 때문이다.
펜실베이니아대학이 발표한 ‘2012년 싱크탱크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50위권에 들어가는 세계 유수의 싱크탱크에 한국의 연구기관은 하나도 없는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우선 싱크탱크의 숫자에 있어서도 한국은 35개로 경제후진국인 방글라데시 수준에 머물고 있다. 미국(1823개)과는 아예 비교도 안 되고 중국(429개), 일본(108개)는 물론, 브라질, 케냐, 타이완 등에도 뒤졌다.
국내 총생산(GDP)은 세계 15위를 랭크 한다. 수출입 총량은 세계 8위다. 한류(韓流)의 나라로, K-pop 등 문화수출국이다. 한국인의 자랑꺼리다. 그런데 싱크탱크 수준에서는 세계의 하위권을 맴돌고 있는 것이다.
그 책임은 어디에 있을까. 지식인인가. 정부인가. 기업인가. 모두에게 그 책임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보다 근원적인 문제는 내 돈은 푼돈이라도 아끼면서 이름만 내기 좋아하는 고질적 풍토에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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