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들에게 자기보다 나은 삶을 선물하고 싶은 것은 모든 부모의 마음이다. 얼마 전까지 한국의 부모들은 소를 팔아 자식을 대학에 보내고 파출부를 해 가며 자식 과외 공부를 시켰다.
원정 출산도 이런 부모 마음의 표현이다. 자신이 살고 있는 곳보다 나은 곳에서 자녀가 살게 해주고 싶은 생각으로 많은 산모들이 선진국에 나가 아이를 낳고 있다. 그러나 같은 선진국이라 하더라도 원정 출산이 이뤄지는 나라는 거의 100% 영미법 전통을 물려받은 곳이다. 서양법의 양대 산맥인 대륙법과 영미법 가운데 대륙법 국가인 유럽 본토에서는 부모가 유럽인이 아닌 이상 아무리 그 나라에서 아이를 낳아 봐야 시민권을 주지 않는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한국인들도 원정 출산을 하지만 중국인에 비하면 ‘새 발의 피’ 수준이다. 영국 식민지로 영미법의 영향을 받은 홍콩의 경우 홍콩에서 태어난 아이에게 홍콩 영주권을 주는데 이로 인해 작년까지 홍콩에서 태어난 아이의 절반이 중국 본토인이 낳은 아이였다. 이들로 산부인과가 만원이어서 정작 홍콩인들이 제대로 아이를 낳을 수 없게 되자 홍콩 당국은 올해부터 본토인의 원정 출산을 금지해버렸다.
그 여파인지 모르지만 중국 본토인의 미 원정 출산은 요즘 붐을 이루고 있다. 미국에서의 자녀 출산을 돕는 중국 웹사이트 수는 수백 개로 추산되는데 그 이용자 수가 얼마나 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들은 산후 조리부터 출생 자녀의 시민권 취득에 이르기까지 모든 업무를 대행해주고 보통 2~3만 달러를 받는데도 손님이 몰리고 있다. 이 돈을 내도 장차 자녀가 무료로 공립교육을 받을 수 있고 대학 등록금도 싸지기 때문에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나중에 이들이 21세가 되면 부모를 초청할 수도 있다.
이들은 대부분 남가주 중국 커뮤니티의 중심인 샌개브리엘 밸리의 산후조리원을 이용하고 있는데 이들 숫자가 늘어나면서 주민과의 마찰도 커지고 있다. 이처럼 편법으로 시민권을 얻는 것은 장기간 비싼 비용을 내고 이민 절차를 밟는 사람들에 대한 모욕이란 것이다.
주민들이 항의 시위를 벌이는 등 반발을 보이자 당국은 최근 치노 힐스에 있는 산후 요양원을 불법 건축물 개조 이유로 폐쇄하고 원정 출산 금지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연방 헌법이 미국 내에서 태어난 모든 신생아에게 자동적으로 시민권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민 당국이 산모가 원정 출산을 하러 미국에 오는 것을 알더라도 이를 금지할 권한이 없다.
연방 하원에는 원정출산으로 태어난 신생아의 시민권 부여를 박탈하는 법안이 계류돼 있지만 이것이 효력을 발휘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그러려면 연방 상하원 2/3 찬성으로 헌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후 50개주의 3/4인 37개 주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이 자기 나라가 미국보다 살기 좋다고 판단하는 날이 올 때까지 이들의 원정출산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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