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장군도 막지 못한 한국의 대통령 선거 열기는 75.8%라는 높은 투표율을 기록하며 끝났다. 이름이 좀 알려졌다는 사람들은 너도나도 이 후보 저 후보를 지지한다며 매스컴에 등장했던 것을 보며, 조국도 많이 바뀌었다는 생각이 든다. 선거 기간 중엔 침묵이 황금이라, 한달 지난 이제야 관전평을 써본다.
가장 눈길을 끈 인물은 ‘불패의 안철수’. 2011년 서울 시장 보궐 선거 때 정치판에 등장한 그는 박원순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고 후보 등록 전에 물러났다. 이어 대통령 선거에서 출마를 시도한 그는 정치 개혁을 앞세우며 기성 정치인들에 염증을 느낀 국민들에게 신선함을 던져주었다. 하지만 대선 후보 등록 전에 사퇴했으니 당선도 안 되었지만, 낙선도 안 해본 불패의 정치인이 되었다.
선거운동 중 그의 행적과 발언을 보면 지난 1992년 미국 대선에 나섰던 기업가 로스 페로를 생각하게 한다. 될듯하니 나섰다가 안 될듯하니 사퇴했고, 다시 될듯하니 나선 바로 그 기업가 말이다.
정치 개혁을 위해서는 정치판에 죽기 살기로 뛰어들어야한다. 여론 조사에서 문재인에게 뒤떨어질 때쯤 사퇴한 일은 기업가의 행동이며, 아마추어 정치인의 행동이다. 김영삼, 김대중 같은 전임 대통령을 왜 정치 9단이라 하는지 되새겨볼 일이다. 컴퓨터 백신은 만들었지만 정치 백신은 글쎄다.
눈길 끌기로 성공한 인물로는 또 ‘먹튀의 이정희’가 있다. 통진당의 이정희 후보는 자신의 출마 목적을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분명히 밝혔다. 목적이 뚜렷해서 좋았지만, 노아의 방주에 탄 딱따구리나 다름이 없었다. 딱따구리는 나무로 만든 방주를 쪼아대는 내부의 적이 아닌가?
앞으로 애국가라도 부르는 대한민국 정치인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27억원의 국고 지원 선거자금을 챙기고 사퇴한 이정희와 진보당은 “27억이면 값싸게 박근혜 검증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모두가 법 제정의 책임을 소홀히 한 여의도의 300명이나 되는 ‘건달들’이 저지른 짓이 아닌가?
다음은 ‘문제인 문재인’을 꼽고 싶다. 선거 기간 중 그의 행동은 많은 문제를 야기했다. 첫째가 현충원 편중 방문 및 김해와 호남 방문이다. 즉, 그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아니라 자신을 지지하는 지역의 지역 대통령이 되겠다는 의지를 보였던 것이다.
둘째로 주권은 국민에게 있어 국민에게 표를 달라고 해야 될 텐데 안철수와 단일화하자고 매달리며 안철수에게 표 달라는 식이었다. 셋째로 “박근혜 떨어뜨리려 나왔다”는 이정희 후보의 발언에 대해 “그렇게 안 도와줘도 이길 자신이 있다”는 말 한마디만 했어도 자신감이 돋보였을 텐데, 침묵으로 일관했다.
마지막은 이번 대선의 승리자,‘성역을 건드린 박근혜’. 문재인 후보가 군 복무 기간을 18개월로 단축하겠다는 공약으로 내세웠을 때 잠잠하던 박근혜 후보가 대선을 나흘 앞둔 시점에 자신도 18개월로 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북한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한, 이 신성한 병역 의무는 정치권의 흥정 대상이 아니다. 전
쟁 중 아무리 신형 무기를 쓴다고 해도, 마지막 소탕과 평정에는 많은 수의 보병이 필요하다. 율곡 이이의 십만 양병설을 되새겨야한다.
박근혜 차기 대통령의 장점이자 단점은 자신의 약속에 얽매인다는 것이다. 복지 공약 등 선거 기간 중 내세운 여러 공약으로 스스로를 얽매지 말고, 부패를 척결하면 공약 이행에 필요한 재원의 상당 부분이 충당될 것으로 믿는다. 돈이 많으면 세기도 전에 샌다. 그러니 공무원들의 기강 확립이 급선무일 것이다. 지킬 수없는 공약은 국민을 설득해야한다. 밀실 정치보다는 국민과의 소통이 중요하다는 것은 MB의 무기자회견에서 배울 수있다.
아울러 짚어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집권당인 새누리당이다. 새누리당의 로고를 보면 어금니에 덧씌운 크라운처럼 보인다. 치통만큼 참기 어려운 통증도 없다. 부디 국민을 위한 헌정 활동을 열심히 해서 국민의 통증을 가라앉혀야할 것이다. 5년 후 그들의 모습은 어떨까? 당명이 또 바뀔까?
<폴 손 엔지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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