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었다. 새해는 사실 하루하루 이어지는 우리의 삶의 연장선에 놓인 시간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새 신발을 신고 조심스레 나서는 첫 외출처럼 ‘새해’는 우리에게 설렘을 가져다준다. 그건 우리 삶에 대한 새로운 기대 때문일 것이다.
그 기대로 우리는 새해 계획을 한다. 많은 사람들은 새해 계획들을 다이어리 한 켠에, 또는 집의 벽 한켠에 적어 붙여두곤 한다. 2013년을 맞이하며 열 가지 정도의 계획을 세웠다는 한 지인은 10년 전 일기장을 꺼내보고 놀랐다고 한다. 10년 전이나 10년 후인 지금이나 새해 계획이 거의 똑같았기 때문이다. 계속 계획을 세워도 변하지 않는 자신의 모습도 놀랍지만, 지켜지지 않은 계획들을 아직도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를 바꿔 보겠다는 자신이 더 놀라웠다고 고백했다. 웃어 넘겼지만, 웃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한국의 교수들이 2013년 희망을 담은 사자성어로 ‘제구포신(除舊布新)’을 꼽았다. ‘묵은 것을 제거하고 새로운 것을 펼쳐낸다’는 뜻이다. 국가나 사회, 정치적인 변화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사자성어를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개개인의 삶에 이를 적용하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10년 동안 바뀌지 않은 고질적인 나쁜 습관은 무엇인지, 늘 적어만 두었던 새로운 삶의 계획들을 하나씩 펼쳐내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스스로를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물론 1월이 끝나갈 즈음 떠오르는 사자성어는 ‘작심삼일’일 것이다. 세워둔 계획들이 모두 수포로 돌아가고, 다시 마음을 먹자니 이미 한 달쯤 지났고, 또 이렇게 됐으니 그냥 접기로 하고 내년쯤 다시 도전해 볼까 갈등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나 역시 똑같은 전철을 해마다 밟아 왔다.
이럴 때 가장 좋은 방법은 구체적 계획들을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선포하는 것이다. 나는 올해 운동을 시작하겠다고, 나는 올해 공부를 시작하겠다고, 나는 올해 금연과 금주를 하겠노라고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 하고 나면, 실없는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노력까지는 아니더라도 시늉은 하게 되는 것이 사람이다. 그러다보면 조금씩 달라지는 자신을 발견할 테고 그러다보면 세워놓은 계획에 조금씩 다가설 수 있게 된다.
나 역시 몇 가지 새해 계획을 세웠다. 지키기 힘든 계획들도 있지만, 지키지 못할 거라 미리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래야 새해를 맞아 스스로 변화하고 발전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내가 올해 세운 가장 중요한 계획 중 하나는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않는 것’이다. 집에 들어오면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소파나 침대에 누워, 해야 할 일들을 일단 내일로 미루는 것이 나의 나쁜 습관의 하나였다. 침대나 소파에 누워서도 그 일로부터 자유롭지 못해 스트레스를 받고, 그러면서도 최대한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루곤 했다.
어떻게 하면 고질적인 습관을 고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업무 우선표’를 만들기로 했다. 해야 할 일의 중요도에 따라 순서를 정한 후 하나씩 처리해 나가기 위해 보다 체계적인 계획을 짜게 된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작심삼일이 되지 않도록 이 글을 통해 만인 앞에 공개하기로 했다. 결연함의 표현이기도 하다.
‘나를 변화시키는 것’이 ‘우주를 변화시키는 것’보다 어렵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스스로를 믿고 도전해야 한다. 또 작심삼일이 된다 하더라도, 그래서 10년 동안 같은 계획들을 해마다 세우게 된다 하더라도 ‘도전’해야 한다. 그래서 올해는 모두가 ‘제구포신’하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앤드류 박 ‘박트리오’ 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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