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멜라니 커크패트릭 허드슨 연구소 선임연구원
최근 탈북자 문제 다룬 ‘Escape from North Korea’발간
국제 문제, 그중에서도 대북 문제에 관해 날카롭고 정확한 분석을 해온 멜라니 커크패트릭(Melanie Kirpatrick) 허드슨연구소 선임연구원이 본보와 신년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최근 탈북자들과 북한주민들의 처참한 실상을 폭로하는 책 ‘탈북자(Escape from North Korea:The Untold Story of Asia’s Underground Railroad)’를 내놓아 미 주류 정치인, 대북 전문가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던 사람. 1980년부터 2009년까지 월 스트릿 저널에 근무하며 논평 및 해설로도 독자들에게 잘 알려졌다.
19세기 미 남북전쟁이 발발하기 전 남부의 흑인 노예를 북부 캐나다로 구출하는 비밀 탈출 루트 ‘지하철도’에 비유해 탈북자들이 자유를 찾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는 이 책은 노예제도가 폐지된 것처럼 북한의 인권 상황을 세상에 알리는 전령 역할을 하고 있고 탈북자들의 노력에 힘입어 결국 북한도 자유롭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커크패트릭 연구원은 2001년 호놀룰루의 ‘the Friends of the East-West Center’로부터 여성 저널리스트를 위한 ‘메리 모건 휴잇‘상을 수상했다.<이병한 기자>
▲ 인권운동가들이나 독자들로부터 ‘탈북자’에 대한 평은 어떤가?
-지난 가을 책이 나온 후 많은 분들이 상당히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기쁘다. 월 스트릿 저널과 포브스를 포함 여러 출판사들도 좋은 평을 해줬다. 이 때문에 허드슨연구소, 코리아 소사이어티, 외교관계위원회(Council on Foreign Relations) 등 다수의 단체에서 북한에 대해 강연할 기회가 생겼다.
그러나 그 책에 대한 코멘트 가운데 다수는 “전혀 몰랐다”이다. 북한 주민들의 고통, 김정은 정권의 정보 차단, 중국의 탈북자 탄압 등의 뉴스들이 미국인들에게는 아직도 새로운 사실인 것이다.
▲ 당신의 책으로 인해 탈북자들에 대한 중국의 정책이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을까? 요즘 중국의 태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지?
- ‘탈북자’가 중국 정부의 탈북자 탄압의 실상을 독자들에게 교육시키는 효과가 있기를 바랄 뿐이다. 탈북 난민들을 수색해 체포하고 북송시켜버리는 베이징의 정책 때문에 이들이 북한에서 모진 고통을 당한다. 이것은 매우 부도덕한 일이며 중국이 서명한 국제 조약에도 위반되는 일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 책이 미주 한인들이 탈북자들을 돕기 위해 더 적극 나서도록 용기를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소한 비정치적인 방법으로라도 탈북자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이 미국 내 모든 한인교회들이 잔디밭에 ‘내 백성을 가게 하라’는 팻말을 붙여놓자고 제안했는데 나는 이 생각을 지지한다.
그 효과를 한번 상상해 보라. 교회를 지나는 모든 운전자들이 사인을 보고 무슨 뜻인가 생각할 것이다. 그렇게 하면 미국 사람들에게 북한 주민들의 참상을 알리는데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다.
▲ 탈북자들을 구하는 루트인 ‘지하 철도(underground railroad)’는 어느 정도의 효과가 있다고 보는가? 탈북자들을 더 구출하려면 어떤 방법들을 써야 할까?
-지하철도는 탈북자들을 운송하는 루트와 이들을 보호하는 집들 간의 네트워크이다. 북한에서 탈출한 이들을 주변 국가로 옮겨주는 일을 하는 것이다. 인근 다른 나라로 피해 간 탈북자들은 대사관이나 영사관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고 그렇게 하면 한국으로 갈 수 있게 된다. 지하철도는 인권운동가, 크리스천들에 의해 이용되지만 때로는 인신매매범들이 악용하기도 한다. 한국에 탈북자들이 대량으로 올 수 있었던 것은 지하철도 때문이다. 현재 2만4,000여명의 탈북자들이 한국에 살고 있는데 이들의 반 이상은 지난 12년간 탈북한 사람들이다. 지하철도는 이들을 구출하는데 매우 효과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인권단체들이 돈이 없다는 것이다. 이들이 운영 기금만 충분하다면 더 많은 탈북자들을 구출할 수 있을 것이다. ‘탈북자’의 마지막 부분에 탈북자 지원단체들의 명단을 적어 놓았고 내 웹사이트(www.MelanieKirpatrick.com)에서도 명단을 확인할 수 있다.
▲ 북한 내의 최근 상황은 어떤가?
- 안타까운 것은 김정은이 중국-북한 국경 지대의 탈북자 탄압을 강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해에 겨우 1,507명이 탈북에 성공해 한국에 올 수 있었는데 이것은 그 전해인 2011년의 2,700명에 비해 훨씬 적은 것이다.
김정은은 정보가 북한으로 흘러들어오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김은 탈북자들의 가족을 내부 깊숙한 곳으로 강제 이주 시키고 있다. 중국으로 도망한 가족 혹은 친척들이 전해주는 정보를 차단하기 위함이다. 김은 또 “적들의 이념적, 문화적 침투에 대항한 전투를 확대해야 한다”고 공언한 바 있다. 외부 세계에서 유입되는 정보가 두려워 중국-북한 국경 수비 강화에 주력하고 있는 것이다.
▲ ‘탈북자’ 에서 당신은 탈북자들을 위해 일하는 미주 한인들의 활동을 언급했다. 이들이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나?
-냉전시대에 미국계 유대인들은 구 소련 연방 내 유대인 문제가 미-소 외교에서 중요한 의제가 되도록 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미국계 유대인들은 워싱턴에서 탄압받는 소련 내 유대인들의 인권을 위해 일했고 미국 정부가 이들을 구출하라고 줄기차게 요구했다.
미국계 유대인들은 또 미 정치인들과 시민들에게 소련 내 유대인들의 참상을 알리는데 주력했다. 미주 한인들은 이러한 역사를 연구하고 배워야 한다. 미주 한인들도 북한 형제 자매들에게 관심이 있겠지만 침묵을 지키고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엉뚱한 메시지를 외부에 보내는 셈이 된다.
▲ 당신은 셀폰이나 라디오 등을 통한 (정보의) 북한 침투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탈북자들이 북한 자유화와 남북 통일을 위해 어떤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고 보는가?
-정보는 힘이다. 탈북자들이 북한으로 정보를 다시 들여보내는 비밀 통로를 찾아내면서 북한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보가 김정은 정권의 전유물이 더 이상 아닌 것이다. 북한 주민들은 북한 정권의 선전 선동을 점점 의심하고 있고 외부세계에 대해서도 많이 배우고 있다. 북한이 ‘세상이 부러워하는’ 나라가 아님을 알아가고 있는 것이다.
탈북자들이 북한으로 다시 정보를 들여보내는 방법은 여러가지인데 중국인을 고용해 직접 말로 가족에게 전하는 방법도 있다. 이들은 법으로 금지된 셀폰을 전달해주기도 하는데 중국 셀폰의 신호를 이용한다. 북한 주민이 자신이 신뢰하는 가족이 전화를 통해 중국의 부요함, 한국민들의 자유, 또 크리스천들이 자신을 어떻게 도와주었는지 말해 줄 때 느끼는 감정을 상상해 보라. 들은 정보를 반드시 믿게 될 것이다.
서울에 탈북자들이 운영하는 네 개의 방송이 있는 것으로 안다. 이 방송을 듣는 것은 북한에서는 금지돼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듣고 있다. 중국 내에 숨어있는 탈북자들의 많은 수가 이러한 라디오를 북한에서 듣고 탈주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 당신이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동기가 궁금하다. ‘탈북자’ 서론에 인용한 에드먼드 버크의 선언을 믿는 것 같다.
-18세기 영국 철학자 에드먼드 버크는 “선한 사람이 아무 일도 하지 않을 때 악이 번성한다”고 경고했다. 내가 이 책을 쓰게 된 것은 그러한 가르침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탈북자들을 돕는 사람들-중국인, 한국인, 미국인 누구나-은 자신에게 닥칠지 모르는 위험을 무릅쓰고 하는 것이다. 체포와 구금, 심지어 목숨을 잃는 일까지도 감수할 각오가 돼있는 사람들이다.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참혹한 압제를 받고 있는 주민들을 구하기 위함이다. 많은 이들은 크리스천 신앙 때문에 그렇게 한다. 그들의 삶이 가르쳐주는 것은 매우 강렬하다.
▲ 다음 계획은 뭔가?
-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알았으면 좋겠다. 올해 북한을 포함한 몇가지 아이디어에 대한 책을 쓰려고 하는데 북한에 대한 책을 또 쓸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무엇을 하든 북한 문제에는 계속 관심을 가질 것이고 신문에도 글을 쓸 것이다. 지난 크리스마스 때 월 스트릿 저널에 북한 내 크리스천들이 어떻게 탄압을 받고 있는지 썼다. 북한 주민들의 고통은 내가 시선을 뗄 수 없는 매우 중요한 이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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