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2월 오리건에서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가족과 함께 놀러 갔다 샌프란시스코로 돌아오던 제임스 김씨가 오리건 산속에서 길을 잘못 들어 오도가도 못하게 된 것이다. 차에서 며칠을 기다리던 김씨는 가만히 앉아서 죽을 수는 없다고 판단해 구조를 요청하러 길을 나섰지만 이에 실패하고 동사했다. 오히려 차에 남아 있던 아내와 딸은 김씨의 아버지가 동원한 헬기에 의해 무사히 구조됐다.
그 후 6년이 지난 작년 12월 30일 오리건 산속에서 다시 한인들이 떼죽음을 당하는 비극이 발생했다. 밴쿠버에서 라스베가스로 관광을 갔다 돌아오던 한인 40여명을 태운 버스가 84번 프리웨이에서 굴러 9명이 죽고 20여명이 부상당한 것이다. 공교롭게 사고가 난 지점 이름이 ‘이민자 언덕’(Emigrant Hill)이고 버스가 지나던 곳이 ‘죽은 자의 패스’(Deadman Pass)다.
이곳은 오리건에서도 가장 위험한 곳으로 특히 눈이 자주 오고 안개가 끼는 10월에서 4월 사이는 사망자가 속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역 주민들은 이런 사정을 잘 알아 조심에 조심을 거듭하지만 외부인은 무심코 운전하다 화를 당하는 일이 잦다는 것이다. 이곳 발생 사고의 78%가 타 지역 주민들이 몰던 차에서 발생한다고 한다.
이번 사고의 정확한 원인은 좀 더 조사해 봐야 나오겠지만 현재로서는 버스가 빙판 길에서 굴러 통제를 상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승객 중 한 명은 사고 직전 버스가 좀 빨리 달린 것 같다고 말했는데 이런 길에서는 제한 속도보다 훨씬 더 천천히 달려도 부족하다.
또 이번 사고로 사상자가 많이 발생한 것은 버스가 100피트 아래로 굴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승객들이 안전벨트를 매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사망자의 대부분은 버스 밖으로 튕겨져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오리건 경찰 당국은 버스에 탄 사람 중 안전벨트를 맨 사람은 운전사 하나뿐이었다고 밝혔다. 그 덕에 운전사는 부상은 입었지만 목숨은 구했다.
미국의 모든 주가 승용차에 탄 사람은 안전벨트 착용을 의무화하고 있지만 버스는 이런 규정이 없다. 이 버스의 출발지인 밴쿠버가 있는 캐나다도 마찬가지다. 버스는 일반 승용차보다 훨씬 안전하다는 것이 그 이유인데 이번 사고에서 보듯이 이런 태도는 자칫 큰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한국에서는 공항에서 버스에 타면 운전사가 반드시 시트벨트를 매달라는 안내 방송을 한 후 일일이 좌석을 돌아다니며 확인을 한다. 한국이 앞서 가는 것도 분명 있다.
시트벨트가 발명된 것은 거의 200년 전이고 특허 등록이 된 것도 130년이 됐지만 이것이 의무화 된 것은 불과 수십 년 전이다. 자동차 회사 가운데 볼보가 1959년 스탠다드 장비로 처음 도입했다. 스웨덴에서 일어난 2만8,000건의 자동차 사고 중 60마일 이하로 운전하다 난 것 중 시트벨트를 맨 사람이 죽은 경우는 없다는 통계에 따른 것이다. 나라로는 1970년 호주가 처음 이를 의무화했고 캘리포니아 주는 86년 채택했다. 버스 내 안전벨트 착용 의무화도 검토해 볼 때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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