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기억 속에 저장된 언어는 더러운 욕설밖에 없었다. 네 살 때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아버지로부터도 버림을 당했다. 이후 그는 친척집에서 구박덩어리가 됐다.
결국 가출을 하고 여섯 살 때부터 노숙자, 다시 말해 거지 생활을 했다. 열 살도 안 된 나이에 의지하던 친구가 자살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그 거지 소년에게 퍼부어진 건 냉대와 무수한 욕설밖에 없었다.
“아마 내가 알던 한국어 어휘는 욕설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뒷날 그의 회고다. 그러던 어느 날 6.25가 발생한다. 이 거지 소년도 피난민 물결에 휩쓸렸다.
미군 지프차에 동승한 게 계기가 돼 그는 이른바 ‘하우스 보이’가 됐다. 미군 장교들의 숙소를 청소하고 구두닦이 등 잔심부름을 하는 것이 그의 일이었다.
새로운 언어를 접하게 됐다. 영어다. 그 새 언어라는 것이 그런데 그랬다. 몇몇 영어 단어를 알게 됐고 그 보다 더 많이 알게 된 것은 뜻도 잘 모르는 영어의 욕이었다.
그런 그에게 한 미군 군의관이 관심을 갖는다. 레니 폴이란 대위다. 거지 소년은 이 미군 대위의 양자가 된다.
부산에서 배를 타고 미국으로 떠나던 날 그는 한국에 대해 욕을 해댔다고 했다. 자신을 그토록 냉대한 한국에 대해 그가 알고 있는 온갖 저주의 말을 쏟아냈던 것이다.
학력은 무학. 나이는 18세. 이런 그를 미국의 초등학교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가 정규교육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검정고시(GED)를 통과하는 것이었다.
도무지 불가능해보였다. 그런 그에게 양아버지가 한 마디 했다. “Son, I trust you.” 그 한 마디가 마치 전류가 흐르는 듯 온 몸을 전율케 했다. ”나를 믿어 주는 아버지가 있다….“
기적이 발생했다. 하루 3시간 이상을 자지 않았다. 그러기를 4개월 만에 GED 테스트를 통과한 것이다.
이후 대학을 졸업하고 박사학위를 따고, 교수가 된다. 그리고 정계에 진출해 주상원의원이 된다. 그것도 백인 유권층이 거의 대부분이 워싱턴 주에서.
그리고 자신을 버린 친아버지를 찾아내 미국으로 불러들인다. 마음속으로 울며 저주 하던 친아버지. 그와도 화해를 한 것이다. 신호범씨 이야기다.
“말 한마디에 누군가의 인생이 바뀔 수 있다.” “입술의 30초가 가슴의 30년을 좌우한다.” 진정성이 담긴 칭찬과 격려의 말 한 마디는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준다. 영감을 주고 용기를 북돋아준다.
잘 준비되고 마음이 담긴 덕담(德談)은 그 효과가 엄청나다. 그런 의미에서 입술로 하는 봉사는 물질의 봉사 못지않게 중요하다.
새해다. 진정어린 덕담을 통해 서로를 세워주는 새해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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