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들과 ‘한 알의 밀알’로 살아온
‘워싱턴 밀알’ 윤정태 이사장·정택정 단장
기부와 자원봉사 패러다임 바뀌었으면
새해부터 결연사업 전개, 예산 10%만 늘어도 큰 힘
<작은 밀알들을 모아서…>
워싱턴 밀알에게 보릿고개는 봄이 아니라 10월이다. 이 때쯤 되면 재정은 똑 떨어진다. 아니 늘 마이너스가 된다. 지난 해도 어김없이 지출 보다 수입이 1만5,000달러 정도 부족했다.
“궁여지책 끝에 ‘작은 밀알의 밤’ 아이디어를 냈어요. 연례적으로 하는 한 두 차례 하는 행사였는데 각 교회들이 주최하는 소규모 형태의 공연 기획으로 바꿨죠. 나름 성공했습니다.”
단장 정택정 목사가 설명하는 ‘작은 밀알의 밤’의 시작 동기다. 호응은 메릴랜드에 소재한 한인교회들이 더 컸다. 12월 들어 5일 빌립보교회(송영선 목사)를 시작으로 12일 벧엘교회(진용태 목사), 19일 볼티모어교회(이영섭 목사), 26일 워싱턴지구촌교회(김만풍 목사)가 초청하겠다고 연락이 왔다. 미리 조정한 것도 아닌데 날짜가 겹치지 않은 게 신기했다. 버지니아에서는 1월 9일(수) 애난데일 소재 메시야장로교회에서 행사가 처음 열린다. 찬양가수로 워싱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이용례 권사가 공연에 참여해줘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모른다. 이 권사의 찬양과 간증은 ‘파워풀’해서 성도들이 큰 감동을 받는다.
헌금 형식으로 모금되는 액수는 비용을 제외하고 1,000-2,000달러. 다 모아도 마이너스 재정을 채울 수 없지만 정 목사는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며 밝고 소박하게 웃었다.
<첫 인연이 소명으로>
신약성경 요한복음에 이런 대목이 있다.
“예수께서 길을 가실 때에 날 때부터 맹인 된 사람을 보신지라. 제자들이 물어 이르되 랍비여 이 사람이 맹인으로 난 것이 누구의 죄로 인함이니이까 자기니이까 그의 부모니이까. 예수께서 대답하시되 이 사람이나 그 부모의 죄로 인한 것이 아니라 그에게서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나타내고자 하심이라(9장 1-3절)”
장애인으로 태어나는 것은 인간의 결정이나 실수, 죄 때문이 아니며 하나님의 섭리가 반드시 있다는 의미다. 그것은 장애인 본인에게도 해당되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윤정태 목사의 장애인 사역과의 인연도 그렇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1991년 워싱턴 밀알이 설립될 때부터 윤 목사는 깊이 관여해왔다. 이재서 세계밀알연합회 총재, 강원호 전 미주총단장, 정택정 목사와 함께 조직에 힘을 모았다. 수십 명의 밀알 관계자들이 워싱턴에 머물 때 윤 목사는 자신의 집을 자주 개방했다.
그 덕분(?)에 워싱턴 밀알 이사장을 그는 두 번씩이나 하고 있다.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는 종의 직분이 목사라면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보이기 위한’ 장애인 사역을 감당하는 것은 어쩌면 너무 당연한 일이라 생각한다. 정 목사는 “토요일 하루 잠시 시간을 내는 것도 밀알 사역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된다”며 작은 봉사도 매우 중요함을 강조했다.
<워싱턴 밀알의 살림>
최근 워싱턴 밀알은 락빌 소재 사무실 건물을 교회에 임대한다는 광고를 냈다. 한달 사용료는 700달러. 정 목사는 “그 정도라도 없어서는 안될 만큼 재정이 빠듯했다”고 고백했다. 다행히 한 교회가 렌트를 하겠다고 바로 연락이 왔다.
좀 더 자세히 살림을 들여다보면 안쓰럽다. 연 예산 38만달러. 외형적으로 그럴 듯 해보이지만 4명의 풀타임, 2명의 파트 타임 스탭 봉급과 여러 지출 항목을 따져보면 금방 실상이 드러난다. 차 운영비만 한 달에 3,000달러, 그중에 개스비만 2,000달러. 495번 벨트웨이에 조성된 카풀 레인을 이용하는 카드 ‘E-Z 패스’ 비용만 300달러다.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에게 라이드를 제공하는 건 필수인데 일주일에 네 번 이상, 여러 장소에서 열리는 집회에 장애인들을 참석시키려면 어쩔 수가 없다. 강의나 설교를 위해, 또 라이드를 직접 주기 위해 정 목사와 스탭들은 쉴 새 없이 돌아다닌다. 봉사자들이 있어도 그렇다.
“일년 예산이 10%만 늘어도 더 내실 있게 장애인들을 섬길 수 있을 것 같아요. 스탭들에게 제대로 사례도 못할 때는 안쓰러워요.”
결과적으로는 장애인 사역의 중요성을 한인 교계에 알리고 어느 정도 모금하는 효과를 거뒀지만 ‘작은 밀알의 밤’은 답답한 마음에 시작한 행사였다. 이미 내적으로 장애인 사역을 하고 있는 교회들도 마음의 문을 열고 행사를 주최해줘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정 목사는 “장애인 사역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고 제한된 파이를 나누는 게 아니다”라며 “교회들이 자체적으로 장애인을 섬긴다고 해서 밀알이 위축될 것을 염려할 필요도 없다”고 강조했다. 장애인 사역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복을 주시기 위한 통로임을 기억하면 된다.
<새해에 품는 소망, 비전들>
우선 ‘작은 밀알의 밤’을 내년에는 버지니아에서 이어갈 계획이다. 재정적으로 가장 어려운 때인 10월부터 순회 ‘밀알의 밤’을 매년 여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 수요일 혹은 금요일에 모이는 터라 헌금이 많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장애인 사역의 중요성을 홍보하는데 효과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새롭게 시작해보려는 것은 ‘결연 사업’이다. 한 장애인을 한 사람 또는 가정이 일정기간 돕고 섬기는 일이다. 시장을 봐주고, 심부름을 해주고, 잠시 시간을 내 만나 대화하고... 목욕을 시켜주고 방 청소를 해주는 본격적인 섬김도 환영이다. 육체 봉사와 함께 물질적으로도 도울 수 있지만 돈 보다는 마음이 더 중요하다. 정 목사는 “사실 후원자들의 이러한 직접적인 봉사가 밀알의 정신이었다”고 설명했다.
밀알과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은 홈페이지(www.washingtonmilal.org)에서 얼마든지 정보를 찾을 수 있다.
문의 (301)512-7201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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