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만큼 1등을 좋아하는 국민도 없을 것이다. 어린아이가 처음 초등학교에 들어가서부터 부모의 관심은 온통 학교에서 몇 등을 했느냐에 집중된다. 등수를 올리기 위해 이때부터 밤늦게까지 과외를 하고 몇 군데씩 학원을 다니는 ‘고난의 행군’이 시작된다.
이 과정은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계속되지만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대학에 들어가면 대입보다 어렵다는 취직 시험 경쟁에 들어서야 한다. 좋은 성적에 온갖 자격증에 해외 연수에 별의별 스펙을 다 쌓아도 좋은 직장 들어가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취직해서는 장기간의 노동과 승진 경쟁에, 결혼해서는 무거운 육아 비용에 시달려야 하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50대가 돼 명퇴 공포에 시달려야 한다. 모아놓은 돈은 없고 은행 이자는 너무 낮고 평균 수명은 점점 길어지고 자식에 기댄다는 것은 상상도 못하고 한마디로 낙이 없는 것이다.
거기다 한국은 한 번 실수가 잘 용납되지 않는 사회다. 학교 다닐 때 공부를 못해 일류 대학에 가지 않으면 그 꼬리표가 평생 따라다닌다. 한번 사업을 했다 망해도 다시 일어서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거기다 동창과 친지 등과 끊임없이 비교된다.
최근 한 중매업소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배우자의 최우선 고려 대상으로 연봉이 1위가 됐다. 과거 1등이던 학벌도 자격증도 뒤로 밀렸다. 좋은 대학 나오고 사자 자격증을 따도 잘 산다는 보장이 없는 사회가 된 것이다. 한국에서 돈은 먹고 살기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없으면 그 사실만으로도 무시당한다. 갈수록 돈이 최고의 가치가 돼 가고 있다.
한국이 OECD 36 개국 중 행복지수에서 34위를 한 것은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터키와 멕시코를 제외하고는 꼴찌다. 10대에서 60대까지 편안한 세대가 하나도 없는 것이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학업 성취도는 높지만 만족도는 바닥을 기고 있다.
이런 1등주의와 경쟁 구조는 한국을 잿더미에서 부강한 나라로 끌어올리는데 크게 기여한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그 때문에 지금은 온 국민이 피곤한 삶을 살고 있다.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모순 가운데 가장 시급히 고쳐야 할 것이 명퇴다.
한창 일할 50대 중반이면 대다수 직장인은 수십년간 몸담았던 직장에서 짐을 싸 나올 준비를 해야 한다. 그 나이에 놀 수는 없기 때문에 너도나도 스몰 비즈니스를 창업하지만 대부분은 망하고 빈곤층으로 전락한다. 이 때문에 정년과 연금이 보장되는 공무원과 교사가 최고 인기직종이 되고 말았다.
다행히 한국 정부가 앞으로는 정년을 폐지하고 노인연령을 65세에서 75세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지식경제부는 ‘2060년 미래한국을 위한 중장기 적정인구 관리방안’이란 보고서에서 노인인구를 생산인력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오랜만에 멀리 내다봤다. 경제 발전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이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 건설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내년 출범하는 박근혜 정부가 이 문제에 좀 더 신경 쓰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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