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진짜 미쳤습니다.” “그래서?” “그래서라니요. 무슨 뜻인지 몰라 묻는 겁니까. 군의관님이 저를 폭격 임무에서 열외 시켜 고향으로 돌려보낼 수 있잖아요. 미친 사람을 죽으라고 내보낼 작정입니까?” “미치지 않았다면 누가 나가지?”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폭격수들의 소동기를 다루어 불합리와 모순으로 가득찬 사회를 비꼰 소설 ‘캐치 22’에서 주인공 요사리안이 군의관을 찾아가 자신이 미치광이가 되었기에 전역시켜 달라고 부탁하는 대목이다. 요사리안에게는 사지가 떨어져나가고, 피가 튀고, 총격이 난발하는 전쟁이 미친 짓이지만, 그의 상관과 장군들에게는 전쟁이 자신들의 승진을 위한 도구였다.
인간을 가장 많이 죽인 공로가 훈장과 승진으로 연결되고, 군수물자 납품업자들은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그 회사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호황을 누리는 절호의 기회였다. 지옥으로 만들수록 이윤이 증가하는데 말리거나 정리할 이유가 있을까.
요사리안은 그런 미친 전쟁이 싫어서 정신병자 행세를 하며 지속적으로 전역을 시도해보지만 번번이 “캐치 22”라는 군사 규정에 걸려 무산된다. “미친 조종사는 폭격에 나갈 수 없다. 그렇지만, 자신이 미쳤다는 사실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면 그것은 미친 것이 아니다.”미치광이가 미치광이인 것을 알면 미치광이로 인정해줄 수 없다는 룰, 그야말로 미친, 부조리 규정이다.
인간과 짐승을 구분 짓는 기준이 이성이지만, 2차 세계대전같은대량 살상 사건은 인간이 어느 정도 비이성, 비논리, 불합리에 빠져 있는가에 눈을 뜨게 했다. 버지니아텍의 조승희, 샌디훅 초등학교의 애덤 란자가 저지른 총기난사 사건도 마찬가지다. 인간의 이성을 영원히 풀 수 없는 미로에 빠뜨린 끔찍한 사건이다.
대형 총기사건 때 마다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두 가지가 있다. ‘외톨이=범죄자’라는 방정식과 ‘총기규제법’이다. 두 사건의 주인공 모두가 조용한 외톨이지만, 첫번째 공식은 손쉽게 부정할 수 있다. 사회는 사교적이고 외향적인 사람을 좋아할지 모르지만, 정작 역사에 남는 발명, 예술품, 사상을 남긴 사람들은 조용한 외톨이들이다. 피타고라스, 뉴턴, 톨스토이, 에디슨, 고흐, 아인스타인, 빌 게이츠, 스필버그 등이 대표적이다. 진정한 외톨이는 사람을 해치지 않는다. 다만, 미친 세상에서 자신들이 취할 수 있는 삶의 한 방법을 선택하여 고독을 창의, 혁신, 발전의 촉매로 사용한다.
반면, 무서운 파괴성을 지닌 인물 대부분은 겉으로 부드럽고, 예의바르고, 자신의 꿈과 선행에 관해 조용히 말한다. 그리고 파괴 활동에 들어간다. 그렇지만 그들이 진정한 외톨이는 아니다. 그 둘을 혼돈하여 진정한 외톨이에게 사회성을 강요하는 것은 또 다른 손해와 위험을 불러온다.
외톨이를 사회적 동물로 전환시키려는 화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총기규제법이다. 오바마로 부터 상하원 의원에 이르기 까지 “다시는 그런 일이 번복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큰소리를 내지만, 과연 그들이 요사리안의 상관이나 장군들과 다를 바 있을까. 총기 제조업체, 정치 로비스트들과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그들이 <캐치22>의 미친 미로에서 헤어 나올 수 있을까.
“사건 당시 교사들이 총기를 소지했었다면 범인을 즉시 제어해서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라며 누구나 총기를 지녀야 한다는 서부개척시대 나르시스트, “자동차도 하나의 무기다. 교통 사고로 인명피해가 생긴다고 해서 자동차를 없애지 않는다. 총기규제도 마찬가지다. 무기가 이슈가 아니라 인간의 마음이 이슈다”라는 도덕결정론자, “총은 방어용이지 공격용이 아니다”라는 총기판매업자를 무슨 수로 설득할까.
<다니엘 홍 교육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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