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말 기획 - 세밑 외로운 탈북자들 <상>
최근 재미탈북자지원회 주최로 열린 탈북 동포 송년의 밤 행사에서 국악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탈북 동포들은 사진촬영을 꺼려하는 경우가 많다.
“북한을 떠난 후 더 나은 생활을 위해 미국까지 왔습니다. 하지만 일자리를 잡고 신분을 해결하는 등 모든 것이 쉽지 않네요”
가족, 친지들과 함께 따뜻함을 나누는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맞았지만 세밑이 더욱 외롭고 힘든 사람들이 있다. 바로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 미국에 건너온 탈북 동포들이다.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사회주의 국가 북한에서 자본주의의 본거지인 미국으로 온 탈북 동포들의 현황과 삶의 모습을 들어봤다.
남가주 정착 70여명 경제난·적응 어려움
망명신청 거부 사례 생기며 불안감까지
■정착 어려움 심해
“탈북 동포들이 미국에 잘 정착해 살아갈 수 있도록 한인사회의 따뜻한 시선을 부탁드립니다”
미국에 첫 발을 내디딘 탈북 동포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일자리 부족’이다. 신세계를 꿈꾸며 말로만 듣던 ‘아메리카’를 찾아 왔지만 당장 먹고 사는 문제에 부닥치는 것이 현실이다.
이들은 미국 정착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으로 ▲경제력 ▲영어구사 어려움 ▲현지 생활정보 미흡을 꼽았다. 우선 미국에 온 탈북 동포들은 수십 년 동안 배급제에 익숙한 삶을 포기하고 스스로 벌어야 하는 자본주의 시스템에 크게 당황한다고 한다.
탈북 후 수년 동안 불안 속에 제3국을 떠돌아 남에게 속내를 드러내는 모습도 인색하다. 미국 정착기간이 길어지면서 이들의 현지사정 이해도가 높아지고 있지만 안정적 일자리 찾기는 여전히 힘들다.
재미탈북자지원회(ANKA·회장 로베르토 홍)에 따르면 탈북 동포 대부분은 한인업주 밑에서 작업환경이 ‘열악하고 어렵고 위험한’ 일용직에 종사하고 있다. 남성의 경우 ‘목수, 경비, 집수리’, 여성은 ‘식당, 마사지, 미용업’ 등이 주를 이룬다고 한다.
탈북 후 한국에서 정착하려던 30대 장성길(가명)씨는 “한국에서 아무리 일자리를 잡으려 해도 색안경을 쓰고 거절하기 일쑤였다”며 “동포에게 대놓고 차별받지 않는 면에서는 미국이 낫지만 최저임금만 받으며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은 참 어렵다”고 말했다.
난민자격을 취득한 김성민(가명·63)씨는 “’자유’를 얻은 기쁨이 있지만 미국생활 자체는 열악하다”며 “북한 내 가족과 연락을 취하지만 보내줄 돈이 없다보니 고향 가족도 반가워하지 않더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미국 내 현황
지난 2004년 북한 인권법이 통과된 이후 미국에 입국한 탈북난민은 총 135명. 이외 한국 국적을 취득한 뒤 망명신청을 위해 미국에 온 이들까지 포함해 180여명 이상이라고 한다. 재미탈북자지원회에 따르면 이 중 70여명이 LA와 오렌지카운티 지역에 정착해 새 삶을 모색하고 있는데 지난 1년 간은 미국에 입국한 탈북동포 대부분이 난민자격 획득을 위해 제3국에서 곧바로 미국행을 선택한 경우라고 한다.
지난 2004년 연방 의회는 북한 인권법을 제정해 탈북자들의 미국 입국을 허락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한국 국적을 취득한 탈북자의 망명을 허용하는 사례는 흔치 않다. 이 단체에서 수년째 탈북자 현지 정착을 돕고 있는 김동식 목사는 “남가주 지역 탈북동포 중 약 60%는 한국 국적을 취득한 망명 신청자고 40%는 난민자격 또는 유학생 신분”이라며 “최근 망명 신청자 중 ‘추방결정’이 나오는 사례가 생겨 이들이 불안해 한다”고 전했다.
한국 국적을 취득한 탈북 동포들의 미국행도 계속되고 있다. 로베르토 홍 회장은 “망명 신청자들은 1년마다 노동허가서 갱신에 따른 비용부담 등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어렵게 미국에 도착한 탈북자들이 가장 바라는 점은 ‘영주권 취득’이다. 망명 신청자의 경우 영주권이 없기 때문에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기 힘들고 사회복지 혜택도 받을 수 없다.
지난해 식당 개업에 나섰다가 문을 닫은 박명남(47)씨는 “자영업을 해봤지만 막상 손님들의 요구사항에 대처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며 “자립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다. 시행착오를 겪은 만큼 더 신중하게 다음 길을 고민해 볼 것”이라고 전했다.
■한인사회 관심 필요
탈북자 현지 정착을 돕는 한인들은 한인사회가 ‘우월적 동정심’으로 탈북자를 대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탈북자 대상 교육 세미나 및 개별상담을 제공하고 있는 재미중소기업협회의 김종현 이사장은 “한인들은 탈북자의 고충을 이해하려는 모습도 부족한 것 같다”며 “미국식 생활이 몸에 익숙해지도록 도와주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탈북 청소년 지원 사업을 펼친 평화교회 김기대 목사는 “특히 탈북 청소년들은 자기들이 동정의 대상, 시혜의 대상으로 인식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한다”며 “탈북자를 정치적 이유로 이용하려는 자세는 금물이며 그들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무부 인구난민이주국 통계에 따르면 2012회계연도(지난해 10월부터 올해 6월 말까지)에는 11명의 탈북자가 난민자격을 얻었다. 2006년에는 9명, 2007년 22명, 2008년 37명, 2009년 25명, 2010년 8명, 2011년 23명으로 탈북자 난민은 총 135명이다.
<김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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