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끝, 연말이다. 2012년도 며칠 남지 않았다. 한 해를 보내자니 한 해의 여정에서 만난 곱고, 따뜻하고, 올곧은 분들로 인해 마음이 넉넉하기도 하지만 한편 이런저런 일로 마음 한편이 아쉽기도 하고 짠하기도 하고 에리기도 하다.
특별히 금년 12월은 지구 종말론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는 아마도 마야문명의 달력 주기를 근거 삼아 일부 언론들이 보도한데서 시작 된 것 같다. 마야 달력에 의하면 2012년 12월 1일까지만 나와 있고 그 이후는 인류도, 시간도 존재하지 않는 무(無)의 세계가 이어진다고 해석하는 사람들이 있다.
할리우드 영화사는 재빠르게 이를 주제로 하여 영화 ‘2012’를 만들어 전 지구적 관심을 일으켰다. 12월을 맞아 많은 관광객들이 마야 원주민들의 후손이 사는 멕시코, 과테말라 등으로 모여든다는 보도도 있다.
이와는 별도로 최근 지구 종말을 가져 올 시나리오 등이 언론 기사나 인터넷 등으로 보도되고 있다. 몇 가지를 들어보면 변종 바이러스, 연쇄 화산폭발, 자기장 교란, 소행성 충돌, 태양 플레어,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 기후, 외계인 침략 등등 이다. 최근에는 노스트라다무스의 주장을 말 춤으로 일약 유명해진 한국 가수 ‘싸이’와 연결한 ‘싸이 종말론’(?)도 인터넷에 나돌고 있다.
여기에 일부 신흥종교 집단들이 아전인수(我田引水)격으로 지구 종말론을 자신들의 주장과 혼합하여 혼란을 부추기기도 한다. 이런 현상은 어쩌면 우리 시대에 팽배한 사회적 불안감의 표현이 아닌가 생각된다.
물론 성경에도 종말론이 나온다. 그러나 그 내용은 마야문명에서 주장하는 모든 게 무(無)로 돌아가는 자연적 혹은 물리적 지구 종말론과는 차이가 있다. 예수께서 말씀하신 종말은 재난으로 인한 지구 멸망이나 심판에 그 목적이 있지 않다.
성경의 종말론은 종말은 곧 전적인 하느님의 통치와 하느님 나라의 질서가 이루어지는 ‘새 하늘 새 땅’에 대한 시작을 의미한다. 성경이 말씀하는 종말은 단순한 멸망이 아니라, 영원한 내일과 궁극적 희망 그리고 새로운 세상에 대한 가장 강력한 표현이요 전적인 선포를 의미한다.
그러므로 마야 달력처럼 단순히 물리적 세계의 멸망을 의미하는 지구 종말론이 주장하는 종말의 시기에 대하여 지나친 관심을 갖거나, 유사한 엉터리 예언에 현혹 돼서는 안 될 것이다. 세계 몇몇 지역에서는 2012 지구 종말설을 믿고 벌써부터 식량이나 비상 물품을 사재기 한다는 보도도 나온다. 어리석은 일이다.
각종 종말론을 대하는 올바른 자세는 종말의 시간에 대한 관심보다, 새로운 세상에 대한 희망을 간직하고, 전적으로 새로운 세상에 합당한 마음가짐을 갖추고 ‘오늘, 여기’의 삶을 살아가는 일이다. 종말은 곧 끝을 의미하는데 끝과 시작은 역시 하나이다. 끝이 있어야 시작이 있고, 시작이 있어야 끝이 있다. 결국 종말이나, 한해의 끝인 연말이나, 그리고 한 해의 시작인 연시를 맞이하는 마음은 한가지이다. 그 마음은 믿음이요, 희망이요, 감사요, 사랑이요, 성실이다.
예수께서는 이러한 마음의 태도를 “깨어있는 삶”이라 말씀하셨다. 주님 안에서 깨어있는 삶, 진지한 삶, 평화의 삶, 희망의 삶이 곧 각종 종말론 시나리오가 주는 거짓 두려움 속에서 흔들림 없이 영원한 희망을 바라보는 종말론적 삶이다.
며칠 뒤면 2013년 새해가 된다. 새해를 맞이하는 마음 역시 유달리 특별할 게 없다. 깨어있는 삶, 곧 마음의 ‘새벽’ 이 동터 오르는 가운데 새해 환히 빛나는 일출을 맞이하는 것이다. 2012 지구 종말은 없다. 오직 새해, 새날을 맞이하려는 깨어있는 ‘새 마음‘이 있을 뿐이다.
<최상석 성공회 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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