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야의 7인’이란 영화를 기억하는가. 멕시코의 한 가난한 농촌 주민들이 비적 떼에게 괴롭힘을 당한다. 그들을 도와 비적 떼를 물리치는 7명의 총잡이들. 그들을 다룬 영화다.
일본의 거장 구로자와의 ‘7인의 사무라이’를 웨스턴 판으로 리메이크 한 이 영화는 1960년도 할리우드 작품이다. 이 ‘황야의 7인’이란 말이 한동안 한국에서 유행을 탔었다. 대한민국 제 5대 대통령 선거전이 벌어진 1963년이 바로 그 때다.
1961년 5.16 쿠데타가 발생한다. 2년여의 군정 끝에 1962년 12월 국가재건최고회의는 대통령 직선제로 헌법을 개정하고 그 다음해 대통령 선거를 실시한다.
그러자 대선에 뛰어든 후보는 모두 7명이었다. 여당후보는 박정희 한 명이고, 야당 후보는 윤보선을 비롯해, 허정, 변영태, 장이석 등 구정치인에 군 출신인 송요찬씨 까지 6명에 이르게 된 것. 이들 대권주자들에게 붙여진 이름이 다름 아닌 ‘황야의 7인’이었다.
이 때의 정치 비화의 하나가 ‘편지작전’이다. 야당후보가 많이 나올수록 박정희 후보에게 유리해진다. 이에 따라 권력의 내부에서 은밀한 공작이 전개된다.
특정 정치인들을 애국자로 추켜세우면서 대통령에 출마해줄 것을 호소하는 민초들의 편지를 수 천 통 이상 보낸다. 그 편지공세에 그 정치인은 ‘천운이 찾아온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결국 출마를 한다. 그렇게 해서 난립한 것이 야당후보였던 것이다.
과학적인 여론조사 기법 같은 것이 도입되지 않은 시절이었다. 그런 깜깜한 상황에서 이루어진 정치공작이 바로 이 ‘편지작전’이었다.
1987년 ‘1노 3김’의 대선도 어찌 보면 비슷한 정황에서 치러졌다. 당시 선거법은 대선후보 지지율을 공표를 금지했다. DJ와 YS, 그리고 JP 등 3김은 민심을 오독했다. 자신이야 말로 국민이 원하는 후보라는 식으로. 그 결과 노태우 후보가 역대 최저 득표율(36.6%)로 당선됐다.
한국의 대선은 아주 특이하게 치러진다. 투표 전 일정기간동안 여론조사 공표를 금지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선거 전에 일부러 암흑세계를 만들어 놓고 투표를 치루는 것이다.
이 기간이 그런데 항상 문제다. 온갖 유언비어에, 흑색선전이 난무하는 것이 바로 이 기간이기 때문이다.
올 대선의 경우 그 흑색선전은 도가 지나쳐 광기마저 느껴질 지경이다. 이단종교에 연루돼 있다, 굿판을 벌였다 등등의 허무맹랑한 공격이 전개되는가 하면 그 같은 설(說)이 여과장치도 없이 SNS를 타고 유비통신으로 확산된다.
여론조사 공표를 통한 정확한 표심(票心)은 알 길이 없다. 그런 가운데 진흙탕 싸움처럼 전개되는 것이 막판 암흑기간의 선거전인 것이다.
미국, 영국, 일본 등 민주주의국가에서는 여론조사 공표에 제한이 없다. 한국만 유독 투표 전 일정기간을 이처럼 암흑기간으로 정하고 있는 것이다.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되는 선거는 이번이 마지막이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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