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싸이가 한국에서 했던 공연의 노래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당시 노래가사에 ‘양키’‘죽어라’등 원색적인 비난의 내용이 들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로써 온라인 상 최고 인기가수였던 ‘흥행의 거물’ 싸이가 알고 보니 ‘반미의 괴물’이었다는 의견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사건의 발단은 2002년 미군부대 장갑차에 치여 사망한 효순과 미선 양 사건으로 미군을 비난하는 내용의 곡을 2002년과 2004년 싸이가 한국의 시위 콘서트에서 불렀다는 것이다. CNN이 이 내용을 보도하기 시작했고, 원색적인 가사에 대한 미국인들의 비난 댓글이 올라왔다. 이어 미국 주요 언론들이 이 내용을 보도하면서 사태는 심각해지는 양상이었다.
싸이는 지난 7일 공식적으로 사과를 했다. “아티스트로서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지만” “당시 사용한 언어적 표현에 대해 후회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싸이는 일주일 전 오바마 대통령과 가족들, 미국 최고의 가수들이 모이는 ‘크리스마스 인 워싱턴’자선공연에 참석했다. 언론은 다시 잠잠해 졌고, 그의 반미 관련 기사들과 의견들은 인터넷에서 점차 사그러들고 있다. 이 과정을 지켜보며 몇가지 떠오르는 생각들이 있다.
첫째, 싸이의 사과는 매우 적절했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언어적 표현을 해석자가 받아들이는데서 느낄 수 있는 공격성에 대한 유감이었지, 당시 공연과 노래내용에 대한 사과는 아니었다. 현명한 발언이었다.
그는 힙합 아티스트로서 자신의 표현의 자유를 지켜냈으며, 사건의 배경이 되었던 당시 미군에 의한 두 소녀의 죽음에 항거했던 한국인의 자존심을 깎아내리지 않았다.
둘째, 당시 노랫말에 대한 관심은 ‘반미’에 대한 새로운 성찰의 계기가 되었다. 문제가 된 노랫말은 미군의 폭력적 행위와 한반도의 평화를 향한 항변이었지, 미국을 반대하는‘반미’와는 상관이 없다. ‘반전’의 메시지를 ‘반미’로 왜곡한다는 지적은 미국 내에서도 조심스레 흘러나왔다. 미국의 전쟁 참여와 민간인 학살, 고문을 비판해왔던 밥 딜런, 브루스 스프링스턴 같은 가수들은 물론이거나 마틴 쉰이나 숀 펜 같은 할리우드 배우들을 ‘반미’주의자라 칭하지 않는다. 싸이의 ‘반전’태도가 비난받아야 한다면 그들 역시 ‘반미’주의자라 비난받아야 하는 게 아닌지 자문하게 되었다.
셋째, 싸이의 사태 해결에는 오바마와의 조우도 한몫을 했다. 논란이 한창이던 시기 크리스마스 공연에 싸이는 예정대로 참석했으며, 오바마 역시 참석하여 싸이와 무대 인사를 나눴다. 폭스 채널은 이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지만, 워싱턴 포스트 등 대부분의 언론은 싸이의 공식 사과와 오바마와의 조우로 침착히 이 사태를 정리하려는 듯 했다. 이어 싸이의 노랫말이 번역에 따라 그 강도가 달리 해석될 수 있다는 양보적인 입장들이 언론에 나오기도 했다.
이번 사건이 터지면서 싸이가 한 곡 히트하고 사라지는‘원 히트 원더(one hit wonder)’가수로 사라질 것인가 하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었다. 그러나 온전히 자신의 실력으로 세계적 가수로 등극한 싸이는 자신의 실력에 맞는 적절한 대응을 해냈으며, 이후 그 실력을 더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 앞에서 계속 노래할 것이다. 싸이는 현명했다.
<문선영 퍼지 캘리포니아 영화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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