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마 전까지 안철수의 별명은‘간철수’였다. 밥상은 차려놨는데 밥은 안 먹고 간만 본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나 문재인과 단일화에 실패해 후보직에서 사퇴한 후 그의 행적을 보면 ‘안개 철수’로 바꿔야 할 것 같다. 말로는‘단일 후보 문재인을 지지한다’고 하면서도 행동은 영 아니어서다.
3일 안철수 지지 모임 해단식에서도 그는 문재인을 지지한다고 단 한 마디 한 뒤 나머지는 앞으로 계속해 새 정치를 펼치겠다는 것과 네거티브 방식의 구정치를 하는 문재인 박근혜를 싸잡아 꾸짖는데 할애했다. 그리고는 측근들에게 “문재인이 그런 사람인줄 몰랐다” “문재인과 나는 생각이 다르다”고 하는 등 지지를 하겠다는 건지 말겠다는 건지 아리송한 말만 늘어놓았다.
5일에는 문재인이 혹한에 눈까지 내리는 악천후에도 불구, 안철수를 만나러 집까지 찾아갔으나 만나지 못했다. 혹자는 그 모습을 제갈량을 찾으러 세 번 발걸음 한 유비의 삼고초려에 비교하고 있다. 유비가 제갈량 집에 찾아갔을 때도 한 번은 눈이 왔다.
안철수가 이처럼 안개 행보를 보이면서 그동안 ‘아름다운 단일화를 이룬 안철수의 결단’을 추켜세우던 좌파 언론에서도 그를 보는 눈이 달라지고 있다. 민다고 했으면 거리 유세도 나서고 20대 30대 속으로 파고들어야지 그게 뭐하는 짓이냐는 투다. 5일에는 문재인 지지방안에 관한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돌연 취소하기도 했다.
계속 정치를 하겠다는 안철수 입장에서 보면 이번 대선에서 박근혜가 되는 것이 유리할 수도 있다. 박근혜를 계속 구태 정치인으로 밀어붙이며 정권 교체의 주도적 인물로 떠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문재인이 되면 독자적인 정치 행보를 펴나갈 운신의 폭이 좁아진다. 그렇다고 민주당에 입당하면 안철수의 매력 포인트는 반감된다. 그러나 이처럼 손 놓고 있기도 어정쩡하다. 만약 그러다 문재인이 지면 혼자 패배의 책임을 뒤집어쓰고 정치를 재개하기 힘들어질 수도 있다. 안철수로서는 이러기도 저러기도 애매한 처지다.
어쨌든 간에 지금 급한 것은 문재인이다. 안철수 도움이 없이 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게 점점 분명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안철수 ‘생각’이 문재인 ‘운명’을 좌우한다는 말이 나왔겠는가. 문재인은 4일 열린 TV 토론회에서도 별다른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오히려 0.7%의 지지도를 자랑하는 통합진보당의 이정희가 성난 멧돼지처럼 이리 뛰고 저리 뛰며 토론장을 설치고 다녔다. 이정희란 인물은 통합진보당 경선 부정과 당원 폭력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침묵의 형벌을 달게 받겠다”던 인물이다. 두 번만 그런 형벌을 받았다간 국민들 귀가 모두 먹게 생겼다.
그러나저러나 대선까지 열흘 남짓 남았는데 대선 정국은 안철수 안개에 덮여 있다. ‘일모도원’- ‘날은 져 어두운데 갈 길은 멀다’가 지금 문재인의 심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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