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성폭행, 학대, 방임 같은 정신적 충격(트라우마)을 경험하면 어른이 되어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높다. 게다가, 사람들은 말한다. 가난이 범죄를 부르고, 결손 가정은 비행 청소년을 낳고, 나쁜 친구가 술과 마약에 빠지게 만든다고. 반면, 그와 비슷한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전혀 다른 결과를 낳는 이들도 있다.
열악한 환경의 극치는 부모의 죽음이다. 과학자, 소설가, 예술인등무엇엔가 색다른 성취를 이룩한 사람들의 공통점 하나는 “일찍이 부모를 잃은 것”이라고 심리학자 시몬튼은 피력했다. 코페르니쿠스는 10살때 아버지를 잃었고, 뉴턴은 태어나기도 전에 아버지가 사망했으며, 다윈은 8살 때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또한, 파스칼은 3살 때, 큐리 부인은 10살 때 각각 어머니를 잃었고, 니체는 5살 때 아버지를 잃었다.
역사적 인물 700명의 어릴적 환경을 연구한 빅터 고어츨에 따르면, 뛰어난 공헌을 한 인물 가운데 비교적 안정된 환경에서 자란 사람은 10명중 1명에 불과하다. 4명중 1명은 신체적 장애가 있었고, 4명중 3명은 가난, 질병, 학대에 시달렸거나 부모를 일찍 여의였다. 특히, 소설가 가운데 10명중 9명이, 미술가는 10명중 7명이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자랐다.
물론, 어릴 때 부모를 잃었다고 무조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태어나기도 전에 아버지를 잃은 뉴턴이 아버지에 관한 애절한 기억이 있었을까. “8살이 되었을 때 어머니가 돌아가셨지만 기억나는 것이라고는 어머니가 입었던 검정색 가운밖에 없다”라고 기록한 다윈을 향해 트라우마를 경험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남다른 성취를 이룬 비결은 그들의 투혼정신과 창의력에 있지 않을까. 부모의 부재에서 오는 공허감을 어떡해서라도 메꿔야 살아남는다는 절박감, 즉, 과학 이론이든 예술적 표현이든 무엇으로든 대체 대상을 만들어야 살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동기유발 역할을 했다.
그런 갈급함이 자신을 호기심에 휩싸이게 만들었고, 그 호기심은 다른 사람들이 느끼지도, 보지도 못하는 것을 꿰뚫는 안목을 키우게 했고, 그 안목은 자신의 분야를 스스로 섭렵할 때 까지 몰두하는 버릇을 길렀다. 나아가, 그들의 창의력은 남들이 쉽게 경험하지 못한 것을 접해봄으로 키워졌다.
남들이 즐기는 유복한 환경, 남들이 좋아하는 학교와 교사, 남들이 부러워하는 친구, 그런 것들에 유념하기보다, 자신의 호기심을 깊게 하거나 생각을 발전시킨 책 혹은 아이디어에 전념할 기회를 준 사람과 어울리는 것을 선호한 것이다.
오늘날, 청소년들이 위기의식을 느낀다면 그것은 소중한 존재를 상실한데서 오는 공허감, 갈급함 에서라기보다 존재의 무료함일 것이다. 페이스북은 공허감을 느낄만한 시간과 공간을 제거했고, 유튜브는 갈급함을 끊임없는 시청각 자극으로 해소해 주었다. 그 둘의 끝은 “아…또 심심하다”라는 독백이다.
그리고, 정작 해야 할 일을 두고는 환경 탓을 시작한다. 대학 지원서를 작성하는데, 컴퓨터가 느려 터져서 에세이 쓰는데 속도가 안 난다, 집이 썰렁해서 책상에 오래 앉아있을 수 없다, 연휴동안 파티에 돌아다니며 과식해서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다 등등.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두뇌에 좋은 음식, 즉, 어유(魚油), 견과류, 과일이 아니라, 긍정적인 위기의식을 조성시키는 환경이다. 따지고 보면, 열악한 환경보다 더 불행하고 한심한 환경은 무엇이든 허용되어 도전과 열정이 불필요한 안락한 환경이다.
<다니엘 홍 교육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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