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럴드 워싱턴 전 시장 25주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어떤 인물을 롤모델로 정치적 야망을 키우고 흑인 정치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구축했을까.
26일(현지시간) 시카고 NBC방송은 시카고가 배출한 유일한 흑인 시장 해럴드 워싱턴(1922~1987)의 25주기를 맞아 그가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오바마의 정치 행로에 미친 영향을 재조명했다.
워싱턴은 변호사 출신으로 일리노이 주의원과 미국 연방하원의원을 거쳐 1983년 시카고 시장에 당선됐으나 1987년 11월 25일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별세했다.
NBC는 "워싱턴 전 시장은 미국 역사에 가장 큰 역할을 한 시장"이라며 "워싱턴이 시카고 시장이 되지 않았더라면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이 되는 일도 없었을 것"이라고 평했다.
사실 ‘시카고 시장’ 하면 떠오르는 것은 데일리 가문이다. 리처드 J.데일리(1955~1976 재임)와 그의 아들 리처드 M.데일리(1989~2011 재임)가 시카고 시장을 각각 6선 연임하며 45년간 시장실을 지켰기 때문이다.
워싱턴은 이들에 비해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그가 실제로는 단 한 번밖에 만난 적이 없는 한 흑인 젊은이, 오바마에게 미친 영향은 적지 않다는 것이 NBC의 분석이다.
1980년대 중반 컬럼비아대학을 갓 졸업한 오바마는 사회 경험과 흑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동시에 구축할 방안을 모색 중이었다.
오바마는 흑인들이 정치적 입지를 가진 도시에서 일하며 살고 싶어했다.
당시 워싱턴 시장은 미국의 흑인 선출직 공무원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인사 중 한 명이었다.
오바마는 시카고 시청에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워싱턴 시장 앞으로 편지를 보냈다. 하지만 답을 얻지는 못했다.
이후 오바마는 시카고 남부 빈민지역에서 사회운동을 벌이는 비영리 단체의 광고를 보고 이 일에 뛰어든다.
수년 후 연방의회 내 흑인 의원들의 모임인 블랙 코커스(CBC)로부터 ‘해럴드 워싱턴 어워드’를 수상한 오바마는 "워싱턴 시장에게 영감을 받은 것이 내가 시카고에 정착하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워싱턴 시장은 오바마가 사회운동가로서 성공하는데도 밑거름이 됐다.
워싱턴은 재임 당시 전무후무한 일로 시카고 시청 문을 사회운동가들에게 활짝 개방하고 빈민지역 주민들을 위한 정책개발을 논의했다.
오바마는 소속 단체 ‘DCP(Developing Communities Project)’를 통해 워싱턴 시장에게 시카고 남부에 취업 교육관을 열도록 제안했으며 개관식에 참석한 자신의 ‘영웅’ 워싱턴과 처음으로 악수를 하게 된다.
보수 성향이 강한 시카고에서 워싱턴 이전까지 흑인 정치인이 야망을 품을 수 있는 최고 자리는 연방하원의원이었다.
그러나 워싱턴은 흑인 사회가 더 높은 자리를 목표로 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켰다.
또 시장 역할을 충실히 수행함으로써 백인들에게 ‘흑인 후보에게 투표하더라도 세상이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도 입증해보였다.
워싱턴의 성공으로 시카고는 젊은 흑인 정치인들이 야망을 펼치는데 제한이 없는 곳으로 도약했다.
오바마의 정치적 역량이 첫 시험 무대에 오른 것은 1992년 유권자 등록 운동에서였다.
오바마는 흑인 유권자들의 투표 의욕을 고취해 ‘15만명 더’ 투표소로 나오도록 하기 위한 운동 ‘프로젝트 보우트(Project VOTE!)’의 총책임을 맡아 워싱턴 전 시장의 선거운동을 모델로 큰 성공을 거뒀다.
이 운동은 캐럴 모슬리 브론이 민주당 경선을 통과하고 흑인 여성 최초의 연방상원의원에 당선되는데 기여했다.
오바마는 1995년 정계에 본격 입문하면서 워싱턴의 발자취를 따르고 싶어했다.
오바마가 애초 머릿속에 그리고 있던 꿈은 워싱턴과 마찬가지로 일리노이 주의원을 거쳐 연방하원의원에 출마하고 이어 시카고 시장이 되는 것이었다.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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