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관계에서 꼭 필요한 자산으로 유머감각이 첫 손가락에 꼽혔다. 반면 견딜 수 없는 관계 파괴 요소로는 거짓말, 양다리 걸치기, 무례한 행동 등이 꼽혔다.
이상적인 배우자의 기준은 성별과 연령에 따라 차이가 있다. 남자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여성상과 여자가 원하는 멋진 남성상의 형질이 똑같을 리 없다. 개인차 또한 크게 마련이다. 흔히들‘사랑은 맹목적인 감정’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감정이 일어나는 것은 상대방에게서‘내가 원하는 조건’을 본 다음의 일이다.‘내가 바라는 품성이나 덕목’이 완전히 결여된 상대와는 관계를 구축할 여지가 없다. 서로 찾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눈길이 엇갈리게 된다. 아예 처음부터 눈을 못 맞춘다는 얘기다. 눈길이 연결되고 마음이 통하려면 서로 상대방에게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보아야 한다.
남성은 상대에 인내심·청결·열정 등 우선적으로 원해
여성은 책임감·한눈팔지 말기·인종차별 안하기 중시
“케미스트리 맞아야”“양다리 걸치기 안해야”는 공통
온라인 데이팅사이트인 e하모니(eHarmony)는 모든 회원들에게 ‘새로운 관계 형성을 위해 상대방이 반드시 지녀야 할 필수적인 가치는 무엇이고, 개인적으로 도저히 견딜 수 없는 행동이나 성격은 무엇인가’를 묻는다.
이에 대한 회원들의 반응은 관계 쌓기에 나서는 남녀의 집단적 의식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단서를 제공한다.
e하모니 회원들은 규정에 따라 데이트 후보와 ‘소통’을 시작할 때 자신과의 만남을 원하는 상대가 꼭 지녀야 할 몇몇 필수덕목, 즉 ‘머스트 해브즈’(must haves)와 전혀 용납할 수 없는 금기 사유인 ‘캔트 스탠즈’(can’t stands)의 명단을 작성해 교환한다.
본격적인 교제를 시작하기에 앞서 명단에 적힌 내용을 살펴보고 코드가 맞는 상대인지, 아닌지 감을 잡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려는 규정이다. 성향이 비슷한 데이트 후보를 가려내기 위한 1차 ‘서류심사’인 셈이다.
최근 e하모니는 72만명의 회원들이 제출한 리스트의 분석작업을 통해 관계 쌓기에 필요한 10대 필수 덕목과 관계를 망가뜨리는 10대 사유를 추려냈다.
남녀가 꼽은 데이트 상대의 필수자산은 상당부분 일치했다.
이들은 약속이나 한 듯 유머감각을 ‘머스트 해브’ 명단의 맨 꼭대기에 올려놓았다.
만나면 즐겁고 유쾌한 상대가 마음에 다가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심각하기만 한 데이트는 지루하고 지겹다.
다른 조사에서도 어떤 사람과 데이트를 하고 싶으냐는 질문에 가장 많이 나온 대답이 바로 “유머가 넘치는, 재미있는 사람”이었다.
‘머스트 해브’ 리스트의 상단에는 유머감각 외에 다정과 친절이 꼽혔다.
“무뚝뚝한 게 매력”이라는 말은 통계학적으로 볼 때 ‘괜한 소리’다. 일반적으로 상냥하고 정이 느껴지는 사람이 높은 점수를 얻는다. 사랑이란 결국 마음의 서비스다.
하지만 상대가 제 아무리 유머러스하고, 다정하며 친절하다 해도 서로 “죽이 맞지 않으면” 말짱 꽝이다.
이른바 ‘케미스트리(chemistry)가 맞아야 한다’는 조건이 리스트의 위쪽에 자리한 것 역시 수긍이 간다.
좋은 관계는 상대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전제로 하는데, 서로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소통’(communication)이 필수적이다. 쉽게 말해 말이 통해야 원활한 관계유지가 가능해진다. 말이 통하지 않으면 마음의 길이 끊긴다.
상대에 대한 성실성도 남녀 모두가 필수조건으로 꼽는 덕목이다. 이성관계에서 ‘양다리 걸치기’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참아내기 힘든 배신행위다.
이외에 건전한 정서와 강한 개성도 남녀공동 ‘머스트 해브’ 리스트에 올랐다.
물론 성에 따른 차이도 있었다.
남자 회원들은 배우자감이 지녀야 할 필수적 품성으로 인내심을 꼽았다.
삶의 고비 고비에서 마주치는 좌절의 순간이나 일시적인 장애를 지긋하게 참아내는 여자여야 인생의 동반자로 고려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자들의 10대 ‘머스트 해브’ 리스트에는 남성의 인내심이 포함되지 않았다.
반대로 ‘열정’은 남성 측 10대 필수덕목 가운데 7위를 차지했지만 여성쪽 명단에는 없었다.
대신 여성들은 금전문제에 관한 책임감이 강하고 가족에 헌신적이어야 한다는 필수조건을 제시했으나 남성 측 명단에서는 이와 유사한 조건을 찾아볼 수 없었다.
남성과 여성들이 제시한 도저히 참아낼 수 없는 ‘관계파괴 요소’들 역시 상당부분 겹쳤지만 순위에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회원들은 남녀불문하고 거짓말, 부정, 무례한 행동과 마약 사용을 견딜 수 없는 최악의 관계파괴 요소로 꼽았다.
이 가운데 한눈팔기(cheating)는 여성들의 10대 금기 명단 4위에 올랐으나 남성 측 명단에서는 6위를 차지했다.
흥미롭게도 남성은 여성의 부정, 혹은 한눈팔기보다 위생불량을 더 못견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결한 위생상태는 남성의 ‘캔트 스탠드’ 리스트 4위에 랭크됐다. 여성들의 경우 남성의 불결은 ‘절대사절’ 사항 7위로 꼽혔다.
다른 조건이 그럴듯하더라도 입성이 꾀죄죄하고 입 냄새가 심한데다 때에 절어 이마에 착 달라붙은 머리를 하고 있다면 교제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져 버릴 게 뻔하다.
하지만 남성들이 여성의 부정보다 불결한 위생상태를 더욱 못 참아 한다는 것은 다소 의외다.
속 좁은 행동도 남녀 모두로부터 관계파괴 사유로 거론됐지만 견딜 수 없는 정도는 남성들의 경우 5위, 여성들의 경우 8위였다.
분노조절 능력 부족이나 결핍 역시 관계를 구축하는데 있어 치명적인 결함으로 지적됐다. 화가 날 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거나 꽁하니 마음속에 쌓아두는 사람과는 전혀 사귀고 싶지 않다는 얘기다.
남성들 가운데 분노조절 능력 결핍을 다섯 번째 우려사항인 반면 여성들 사이의 순위는 8위로 이보다 낮았다.
게으름도 ‘퇴짜’ 사유에 해당한다. 하지만 10대 ‘캔트 스탠드’ 리스트의 순위는 남성 쪽에서는 10위, 여성 쪽에서는 9위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여성들이 참아내지 못하는 마지막 ‘악덕’은 무엇일까?
뜻밖에도 인종차별주의적인 행동이었다.
반면 남성의 경우 관계파괴 요인들 가운데 남은 한 자리는 지나친 과체중, 즉 비만에 돌아갔다. 남성보다 여성이 형이상학적인가? 모를 일이다.
<뉴욕타임스 특약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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