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말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며 인터넷으로 LA근교의 맛집을 찾고 있었다. 바로 다음 날이 우리 부부의 결혼 9주년 기념일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때도 출장 중이었는데 최대한 빨리 돌아갈 수 있게 스케줄을 조정해 하루 일찍 비행기를 탔고, 남편과 근사한 식사를 할 수 있는 좋은 레스토랑을 찾고 있었다.

그런데 오랜만에 만난 남편은 결혼기념일이라는 사실도 잊어버렸는지 “또 뭘 해?”하고는 끝이었다. 그에게 대단한 것을 바랐던 건 아니지만 너무나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한 그의 반응이 적잖이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이것은 나와 남편이 얼마나 다른 지를 보여주는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 결혼해서 살면 살수록 내가 이 사람과 만나 같이 살고 있는 것 자체가 거의 기적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처음 만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남편은 아무렇지도 않게 라면 끓인 냄비를 책으로 받쳤다. 나는 책은 소중한 것이어서 밟는 것은 물론 넘어 다니는 것도 안 된다고 배우며 자랐다.

한번은 시간에 쫓기며 외출 준비를 하다가 남편 옆에 놓여 있던 양말을 ‘던져 달라’고 했다가 외계인 취급을 받았다. 사람에게는 물건을 갖다 주는 것이지 던져서는 안 된다며 정색을 하는 것이었다.

나는 직업상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 할 기회가 많아서인지 말하는 게 그다지 어렵지 않다. 남편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자리를 늘 거북해 한다. 반면 남편은 통찰력이 있는 편이다. 어떤 문제든 객관적인 시각으로 문제를 보며 꽤 쓸 만한 조언을 해준다. 나는 그 부분에서 감정이 현저하게 앞서는 사람이다．

남편에게 어떤 물건을 갖다 달라고 부탁을 하려면 최대한 상세히, 어느 선반 몇 번째 칸인지까지의 설명이 있어야 한다. 나는 한번 쓱 훑어봐도 물건의 위치를 대략 아는 편이다. 간혹 기억이 잘 나지 않아 남편에게 대충의 위치만 알려주고 찾아달라고 할 때는 대략 90% 정도 마음을 비워야 한다.

이런 사소한 차이부터 이번 주말은 어떻게 보낼 것인지, 아이들에게 어떤 장난감을 사줄 것인지, 어떤 것을 가르칠 것인지 등 의견 차이는 끝도 없다. 나는 아이의 감성을 위해 악기를 가르쳐야 한다고 하고 남편은 튼튼한 신체가 우선이라며 축구팀에 넣고 싶어 한다. 같은 집에 사는 두 사람의 생각과 가치관이 이 이상 다를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opposite attract’라는 로맨스의 법칙이 있듯, 결혼하는 많은 커플들이 자신과 성격이 다른 사람을 배우자로 찾는다. 성격이 반대인 경우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부분을 상대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자신과 다른 모습에 매력과 호기심을 느끼기 때문이다.

문제는 결혼 후다. ‘저 사람 없으면 못 살 것 같다’가 ‘저 사람 때문에 못 살겠다’로 바뀌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보통 반대 성향의 부부는 서로 부딪치는 부분에 대해 ‘다르다’의 성격적 차이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자신의 의지를 방해한다고 생각한다. 이럴 때 ‘이해가 안 된다’거나 ‘틀렸다’가 아닌‘다르다’의 개념으로 접근하면 상대방의 행동을 바라보는 데 여유가 생긴다.

가족문제 전문가인 제리 트웬티어는 “다른 성격을 가진 부부들이 서로에 대한 이해와 배려를 높이면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살리는 훌륭한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어쨌건 성격 다른 남자와 여자는 앞으로도 함께 살 작정이다. 행복은 더하면 두 배 이상이 된다고 하지 않는가.


<지니 조 마케팅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