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는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124승을 거뒀다. 동양인으로서는 최다승 기록이다. 한국인에게 전인미답의 땅이었던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불멸의 족적을 남긴 박찬호지만 조금의 아쉬움은 남는다. 그가 만약 다저스를 떠나지 않고 LA에서 선수생활을 계속 이어갔더라면 어떤 기록을 남겼을까 상상해 본다.
박찬호는 한양대 재학시절이던 1994년 LA로 건너와 그해 곧바로 메이저리그에 데뷔했지만 쓴 맛을 보고 마이너리그로 내려갔다. 이곳에서 담금질을 한 후 1996년 메이저리그로 복귀, 2001년까지 다저스에서 활약했다. 1996년 5승을 시작으로 2000년에는 18승을 올리며 메이저리그 한 시즌 최다승을 올렸고 다음 해에도 15승을 거두며 팀의 주축투수로 활약했다.
하지만 거액을 받고 텍사스 레인저스로 이적한 후 박찬호는 예전의 모습과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 때문에 ‘메이저리그의 대표적인 먹튀’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썼다. 그는 메이저리그에서 거둔 124승 가운데 84승을 다저스에서 거뒀다. 박찬호는 다저스에 몸담았을 때 가장 편안해 보였으며 이것은 성적으로 나타났다.
박찬호가 등판할 때마다 다저스 구장을 찾아 목이 쉬어라 응원해 주던 한인들은 그에게 든든한 원군이 됐다. 또 언제든 먹을 수 있는 한식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지인들은 그가 편안히 운동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주었다. 박찬호가 텍사스로 이적한 후 외로움과 음식 때문에 많은 고생을 한 것은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선수와 팀 사이에도 궁합이 있다. 성적이 프로선수의 궁극적인 자존심이라면 돈의 액수에 따라 팀을 옮겨 다니기보다는 자신과 궁합이 맞는 팀을 고르는 게 중요하다. 현역 메이저리그 최고 투수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제러드 위버는 지난해 LA 에인절스와 5년 8,500만달러에 계약했다. 그러자 너무 헐값에 계약한 것 아니냐는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위버는 고향 팀에서 뛰는 것이 마음 편하다며 만족을 나타냈다. 박찬호에게는 다저스가 그런 팀이었다.
한국 프로야구의 자존심인 투수 류현진이 다저스와의 협상을 위해 14일 LA에 왔다. 류현진은 2,570만달러라는 거액의 포스팅을 통해 자신에게 깊은 관심을 보여준 다저스와 연봉협상을 벌인다. 류현진의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와 다저스 간의 신경전이 만만치 않아 협상결과를 낙관하기에는 이르지만 류현진과 다저스는 찰떡궁합으로 평가되고 있다.
물설고 낯선 이국땅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해야 하는 류현진에게 LA보다 편한 환경은 없다. 박찬호도 이런 이유를 들어 후배인 류현진에게 다저스와의 계약을 적극 권유하고 있다. 다저스로서도 류현진은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다. 당장 팀 전력에 보탬이 될 뿐 아니라 마케팅 카드로서도 대단히 유용하다.
한인들은 류현진의 LA 입성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야구는 흔히 투수놀음이라고들 한다. 그만큼 선발투수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마운드에 올라 경기의 흐름을 주도해 가는 코리안 투수를 지켜보는 것은 흥미롭고 자랑스럽다. 그가 다저스와 계약을 한다면 1년에 31~32회의 선발등판 기회가 주어질 것이고 이 가운데 절반가량을 다저스테디엄 마운드에 서게 된다.
협상이 순조로이 이뤄지면 박찬호 이후 맥이 끊어진 다저스의 코리안 익스프레스 계보를 류현진이 이어가게 된다. 내년 4월 마운드에 올라 육중한 몸으로 힘차게 공을 뿌려대는 그의 모습을 직접 볼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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