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수사국(FBI)이 경고를 해왔다. 장래가 촉망되는 명문가 출신의 젊은 해군장교다. 그런 그가 한 늘씬한 미녀와 데이트를 해왔다. 그녀의 이름은 잉가 아르바드. 덴마크 출신이었다.
FBI는 그녀를 은밀히 추적해왔었다. 나치 독일이 보낸 스파이로 보아왔던 것. 그런 그녀가 어느 날 미국의 유력한 가문출신의 미 해군 장교에 접근을 해온 것이다. 그 해군장교의 이름은 존 F 케네디다. FBI의 경고에 따라 케네디는 그녀와 헤어졌다. 그 해가 1941년이다.
스파이 하면 으레 따라다니는 것이 스캔들이다. 제임스 본드 영화에서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실제의 첩보세계에서도 미인계는 항상 따라다닌다.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이 프로푸모 스캔들이다. 1963년 영국 보수당 맥밀란 총리 내각에서 국방장관을 맡았던 그는 크리스틴 킬러라는 런던의 한 고급 창녀와 데이트를 했다.
킬러의 애인은 스파이로 추정되던 소련 해군 무관 유진 이바노프. 말하자면 영국의 국방장관이 소련 스파이와 함께 킬러의 아파트에 드나든 것이다. 그 사실이 확인되면서 프로푸모는 물러나고 그 스캔들로 맥밀란 정부도 전복됐다.
이라크전과 아프가니스탄전을 지휘했던 전쟁 영웅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전격 사임했다. 자신의 전기를 쓴 폴라 브로드웰과의 혼외정사가 문제가 된 것이다.
“결혼 생활 37년 만에 혼외정사를 저지르는 극단적인 판단력 부족을 드러냈다.” “남편으로서, 조직의 지도자로서 용납될 수 없는 행위였다” 등등이 그의 사임의 변으로, 오바마 대통령에게 사임의사를 밝히자 바로 수락된 것이다.
그러자 나돌고 있는 것이 일종의 음모설이다. 혼외정사는 프라이버시에 해당하는 사항이다. 그 정도로 그런데 물러나다니, 거기에는 뭔가 정치적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는 이야기다.
과연 그럴까.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정보전문가들은 사임은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역대 CIA 국장은 모두 19명이다. 퍼트레이어스 이전 CIA 국장 중 조강지처와 갑자기 이혼하고 젊은 여자와 결혼한 케이스는 윌리엄 콜비 하나뿐이다. 그러나 이는 그가 물러나고 한 참 후의 일이다.
첩보세계의 불문율 중의 하나는 엄격한 자기관리다. 따라서 정보조직의 고위관계자는 말할 것도 없고 중간관리도 섹스 스캔들에 빠져드는 것은 그 자체로 해고 내지 파면감이다. 미인계에 빠져들 수 있다는 약점을 스스로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모설이 여전히 피어나고 있는 것이 워싱턴의 분위기인 모양이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한 때 공화당의 유력 대권후보로까지 거론된 그였으므로.
그건 그렇고, 퍼트레이어스의 몰락은 무엇을 말해주고 있나. ‘섹스 강박증세’라고 할까. 그 증세가 만연한 것이 미국이란 사실 같다.
그 증세에 감염돼 영웅이 없는 시대의 유일한 영웅마저 쓰러졌다는 것이 그 스토리가 지닌 비극성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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