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명 출마에 11명 당선. 당선율 47%. 11월6일 치러진 선거에서 도전에 나섰던 한인 후보들이 전국적으로 거둔 성적이다. 선전했다고 볼 수 있는 성적표지만 대단히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다.
특히 기대를 모았던 강석희 어바인 시장의 연방하원의원 도전이 현역의 벽을 넘
지 못하고 실패로 끝났다. 정치에서 현역이 누리는 프리미엄은 대단히 크다. 현역은 인지도에서 도전자에 크게 앞서기 때문에 웬만한 허물이나 과오가 없는 한 무너뜨리기가 쉽지 않다. 대통령 선거에서 접전 끝에 오바마가 승리한 데도 현역 프리미엄 덕이 컸다.
어려운 도전이 될 것은 예상했지만 김창준 의원 이후 20년만에 또 다시 연방의원 탄생을 기대했던 한인사회로서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결국 연방의회 입성을 위해서는 후보의 자질과 함께 몇 가지 조건이 잘 맞아 떨어져야 한다는 것이 확인됐다. 후보의 정치적 성향과 출마지역 유권자들 성향이 비슷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현역의 은퇴 등으로 무주공산이 된 선거구를 노려야 현실적인 당선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다.
비록 연방의회 도전에는 실패했지만 젊은 정치인들이 보여준 선전은 앞날에 대한 기대를 높여주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는 4명의 젊은 한인 정치인들이 주의원 초선과 재선에 성공했다. 주의회 진출은 연방의회 도전에 아주 유리한 교두보가 될 수 있다. 착실한 의정 활동을 통해 인지도를 조금씩 넓혀 간다면 연방의회 입성을 위한 입지를 다질 수 있을 것이다.
젊은 정치인들의 선전이 두드러진 가운데 어바인의 최석호 시의원이 시장에 당선됨으로써‘어바인 한인시장 시대’를 이어가게 된 것도 의미있는 일이다. 이민 1세대의 정치도전과 성공은 한인사회가 여전히 다양한 정치적 리소스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석호 시장의 당선은 정치도전이 아직은 특정 세대의 전유물이 아님을 실증해 주고 있다.
11월6일 성적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 가지 특징이 나타난다. 서부지역 보다는 동부지역 한인들의 정치도전이 더욱 활발했으며 성과 역시 두드러졌다는 점이다. 주의원 도전에 성공한 4명 가운데 3명이 동부지역 한인들이며 특히 뉴저지 같은 곳에서는 무려 4명의 한인 시의원이 탄생했다. 한마디로 이번 성적표를 요약해 본다면 ‘동고서저’가 뚜렷하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수년간 동부지역 한인사회에서는 위안부 문제 등 한인들의 정치력과 관련한 이슈들이 계속 제기돼 왔으며 이런 분위기는 이 지역 한인들의 정치에 관한 관심을 촉발하는 계기가 됐다. 동부지역의 젊은 한인들이 대거 정치 도전에 나서고 있는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인사회의 정치력을 끌고 가는 동력은 ‘정치 참여’와 ‘정치인 배출’이라는 두 바퀴이다. 한인후보들이 많이 당선되면 한인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이것은 유권자 등록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늘어난 유권자들로 한인후보들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면 도전이 늘어나고 그 결과 정치인이 더 많이 배출되는 선순환이 만들어 지는 것이다.
한인들의 정치도전은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 비록 실패를 하더라도 그것은 한인사회를 위한 소중한 자산과 밑거름이 된다. 다음 선거에서는 더 많은 1세대들과 2세대들의 도전이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열심히 도전할수록 연방의회 입성 또한 그만큼 앞당겨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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