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달팽이는 가장 흔하고, 가장 대표적인 식용 달팽이다.
달팽이 요리를 즐기는 사람이라 해서 달팽이 전문가일 필요는 없다. 달팽이 맛을 음미하는데 이들이 무엇을 먹고 자라고, 어떻게 번식하는지는 사실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아마도 미식가들은 달팽이를 생각할 때 헨리 데이빗 소로가 그의 수상집 ‘월든’에서 인간 군상을 묘사하는데 사용한‘조용한 체념’이라는 표현을 제일 먼저 떠올릴지 모른다. 하지만 전국의 숙수들로부터 최고의‘달팽이 사육사’로 인정받는 매리 스튜어트 (사진) 는 “그들이 조용하고 수동적인 존재라는 인식은 정확하지 않다”고 강조한다. 엄청스레 식성이 좋을 뿐더러 채소 잎을 갉아먹는 소리도 꽤나 시끄럽다. 분사기로 뿌연 물안개를 만들어주고 상추 잎을 내놓으면 이들은 마치 여물통으로 모여드는 소떼처럼 무리를 지어 나타난다.
30년 전 일간지 푸드섹션의 요리기사 접하면서 관심
15년 간 시행착오 거듭, 최상품 식재료 공급업자로 명성
“달팽이는 환경에 예민하며 식성과 힘이 아주 강하죠”
자타가 공인하는 미국 최고의 달팽이 전문가이자 사육업자인 스튜어트는 “달팽이의 동작이 굼뜨다는 게 일반적 인식이지만 먹이를 향해 몰려드는 모습을 보면 절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더구나 자웅동체, 다시 말해 암수 한 몸인 이들은 대단한 정력가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수시로 교미한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조용히 있는 듯 보이지만 거의 언제나 홀로, 혹은 쌍으로 찍 짓기 작업을 벌인다.
이들은 교미를 할 때 상대에게 ‘러브 다트’(love dart)를 쏘는 데 사람이 이 침에 쏘이면 나뭇조각이 살 속에 박힌 듯한 통증에 시달리게 된다.
캘리포니아주 베이커스필드 북쪽 스트래스모어의 모빌홈에서 거주하는 메리 스튜어트도 손톱 밑을 러브 다트에 쏘여 몇 주간 생고생을 했다.
달팽이는 기력이 없는 듯 보이지만 절대 허약하지 않다. 몸집에 비해 기운이 장사다.
이들을 상자 안에 집어넣고 위쪽에 철망 스크린을 올려두는 것만으로 ‘탈주’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상자의 안쪽 모퉁이를 기어오른 달팽이들은 힘을 합해 스크린을 옆으로 밀쳐낸다. 그 정도로 힘이 세다.
북미지역의 최상품 달팽이 공급업자로 평판이 자자한 스튜어트가 무려 15년간의 관찰과 시행착오를 거쳐 알아낸 사실이다.
그녀의 달팽이는 뉴욕의 터툴리아와 비니거힐 하우스, 시카고의 모토, 시애틀의 왈러스 앤 더 카펜터 등 전국 최고급 레스토랑에 공급된다.
스튜어트의 달팽이는 육질이 부드럽기로 유명하다. 철저하고 세심한 관리로 모래알 등 불순물이 섞여 있지 않으며 향신료인 바실의 신선한 맛이 난다.
그녀는 1981년 지역 일간지인 베이커스필드 캘리포니안의 푸드 섹션에 게재된 에스카르고(escargot)에 관한 기사를 접하면서 달팽이와 인연을 맺게 됐다. 에스카르고는 유럽인들이 즐기는 대표적 달팽이 요리다.
미국에서는 아직도 달팽이 요리가 보편화되지 않았지만 스튜어트는 30여년 전 에스카고에 관한 기사와 레서피를 읽은 뒤 직접 맛보고 싶다는 강한 충동을 느꼈다. 처음부터 ‘혐오식품’이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아칸소주를 지나는 미시시피강 하구의 늪지대에서 성장한 그녀는 “당시 마을 사람들은 너나없이 더럽게 가난(dirt poor)했다”며 “어린 시절 우리의 주식은 날다람쥐와 사냥으로 잡은 사슴 등 짐승 고기, 개구리 뒷다리 등이었다”고 털어놓았다.
늪지에 서식하는 야생동물 가운데 그녀가 먹어보지 못한 것은 파섬(possum)이 유일했다. 처음부터 달팽이 요리에 선입관이 없었던 것은 이런 성장배경과 무관치 않다.
달팽이 요리에 관심을 갖게 된 스튜어트는 자신이 거주하는 캘리포니아 중부의 농경지역이 ‘달팽이 천지’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들은 농작물을 갉아먹는 해충으로 간주돼 농부들에 의해 발견 즉시 제거당하는 존재였다.
문헌에 따르면 달팽이는 신대륙으로 건너온 유럽 이민자들이 식용품으로 갖고 들어오면서 미전역으로 퍼졌다.
유럽에서처럼 미국에도 식용 달팽이 수요가 있을 것이라 판단한 스튜어트는 UC 리버사이드 곤충학 교수를 포함한 전문가들을 찾아다니며 흔히 정원 달팽이로 알려진 helix aspersa에 관한 정보수집에 나섰다. 프티 그리로 불리기도 하는 정원 달팽이는 가장 흔하고, 가장 대표적인 식용 달팽이다.
이 과정을 거쳐 스튜어트는 1989년 본격적인 달팽이 사육에 나섰다. 이후 15년간은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 달팽이 사육에 관한 책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경험을 통해 모든 것을 하나하나 깨우쳐야 했다.
지각이 전혀 없는 것 같은 달팽이는 실제로는 환경에 대단히 예민하다. 이들을 좁은 상자에 가둬두면 공황상태에 빠져들며 떼죽음을 한다. 일종의 밀실 공포증을 보인다는 얘기다.
좁은 공간에 너무 많은 달팽이를 넣어두면 심한 냄새를 피우며 공간에 비례한 적정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줄지어 ‘돌연사’ 한다.
스튜어트는 한동안 이들이 떼죽음을 하는 이유를 몰라 애를 태웠다. 달팽이들이 환장을 하는 먹거리가 수박이라는 사실을 알아챌 때까지도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적정온도를 맞춰주는 것도 대단히 중요하다.
오랜 시간 고생해 가며 터득한 사육 비결을 그녀는 공개하지 않는다. 식당으로 보내기 전 달팽이 체내의 오물을 말끔히 제거하는 효과적 방법이라든지, 번식과 사육에 알맞은 적정 온도 등에 관해서는 굳게 입을 다문다.
그녀의 이름은 시애틀의 달팽이 공급사인 ‘미쿠니 와일드 하베스트’에 의해 전국의 숙수들 사이로 펴져나갔다.
사전 조리된 달팽이를 파운드당 39.75달러에 미 전역의 최고급 식당에 제공하는 이 회사의 공동 창업주 타일러 그레이는 스튜어트를 “달팽이와 사랑에 빠진 괴짜”로 소개한다. “자신의 일에 엄청난 열정을 보이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까지도 열기에 전염될 수밖에 없다”는 게 그녀의 작업태도에 대한 그레이의 평가다.
바로 이런 열성을 바탕으로 그녀는 북미지역의 달팽이 시장을 석권했다.
스튜어트의 달팽이를 쓰지 않는 숙수들은 유럽에서 수입된 통조림에 의존해야 한다. 아무래도 신선도 면에서 확연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스튜어트는 북미지역 최초로 달팽이 알인 ‘에스카르고 캐비어’ 판매를 계획하고 있다. 에스카르고 캐비어를 깨물면 연어 알의 액즙과 비슷하면서도 농도가 조금 약한 짭짜름한 맛이 난다.
미쿠니는 그녀의 달팽이 알이 ‘대박’을 터뜨릴 것이라며 벌써부터 흥분된 반응을 보인다.
그러나 스튜어트는 달팽이 사육에 슬슬 염증을 느낀다고 털어놓았다. 그녀에 따르면 달팽이 사육은 세상에서 가장 ‘더러운 직업’이다. 특히 지난 2월 남편이 타계한 후 달팽이들과의 생활에 마침표를 찍고 싶다는 생각이 증폭됐다.
에스카르고 캐비어의 판로를 뚫을 준비를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은퇴 구상을 한다는 그녀는 “어떤 일을 하며 여생을 보낼까 많은 생각을 해보았다”며 “이젠 나비를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 특약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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