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신문으로 꼽히는 뉴욕타임스는지난 28일자 신문 사설을 통해 버락 오바마 현 대통령에 대한공식적인 지지를 선언했다. 미국의 신문들이 대통령 선거에서 특정후보에 대해 공식적으로 지지 입장을 밝히는 것은 하나의
전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인도스먼트’(endorsement)라 불리는 이런 지지선언은 표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선거철이 되면 어떤 신문이 누구를 지지하는가는 관심의 대상이 된다.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 오바마와 공화당 롬니에 대한 지지는 대체적으로 반반으로 갈리고 있다. 뉴욕타임스와 워싱턴 포스트, LA타임스 등 전통적으로 진보성향이 강하고 발행 부수가 많은 신문들은 오바마 쪽이다. 반면 치열한 경합이 벌어지고 있는 주의 언론들은 롬니 쪽으로 약간 더 기울어 있다.
미국 신문들이 대통령 후보에 대해 지지를 표명하는 전통은 건국초기부터 있었다. 초기 신문들은 대부분 특정 정파를 일방적으로 옹호했을 뿐 아니라 정치인이 신문사를 갖고 자신의 홍보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례도 흔했다. 지지후보 선언 전통의 배경에는 이처럼 일그러진 역사가 자리 잡고 있다.
워싱턴 대통령이 초대 재무장관으로 임명한 알렉산더 해밀턴과 부통령을 지낸 애런 버가 1804년 권총 결투 끝에 해밀턴이 사망한 사건에도 이런 역사가 깔려있다. 이 두 사람은 신문사 소유주로 정적인 상대방을 음해하는데 신문을 동원했으며 그런 감정싸움이 권총결투로까지 이어졌던 것이다.
하지만 20세기 초반까지 이어진 미국신문의 이 같은 당파성은 역설적으로 객관적 저널리즘이 탄생하는 토양이 된다. 당파성에 대한 반성을 토대로‘사실’과‘견해’를 분리해 보도하려는 노력이 시작된 것이다. 사설과 같은 지면을 통해서는 신문사의 견해를 표명하고, 대신 일반 보도에는 각 정파의 입장을 치우침 없이 공정하게 반영하자는 것이다. 이런 자세는 지금까지도 비교적 잘 유지돼 오고 있다.
미국언론들처럼 한국의 언론들도 지지후보를 밝힐 수 있도록 허용하자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선거관리 당국은 선거법 유권해석을 통해 언론의 특정후보 지지선언을 아직은 불허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다 보니 언론들이 겉으로는 공정성과 중립을 표명하면서도 실제로는 특정후보를 교묘하게 밀어주는 이중적인 보도태도가 갈수록 노골화 되고 있다. 눈 가리고 아웅 하느니 차라리 미국처럼 사설이나 사고를 통해 지지후보 선언을 가능케 하고 대신 일반보도의 중립성을 추구해 나가자는 것이 이런 주장의 논거이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미국처럼 되려면 편집국의 독립성이 전제돼야 하는데 언론사 사주의 입김이 절대적인 한국의 언론환경에서 중립적 보도가 가능하겠느냐는 회의론이 그것이다. 일부 언론들의‘대통령 만들기’ 의혹도 이런 회의론에 힘을 실어준다.
한국 언론에도 지지후보 선언을 허용하자는 주장의 취지는 좋지만 아직은 시기상조이다. 최소한 미국언론 수준의 독립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자칫 선거판에서 언론들이 스스로 언론이기를 포기하는 볼썽사나운 사태까지 생겨날 수 있다. 이보다 더 시급한 것은 언론들이 기회주의적인 보도를 반복해오며 잃어버린 신뢰를 먼저 되찾는 일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