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9월 15일 리먼 브러더스는 파산을 신청했다. 자산 6,000억 달러로 사상 최대 규모였다. 이와 함께 그전까지 완만한 하락세를 보이던 미 증시는 폭락세로 돌변했다. 골드먼 삭스, 모건 스탠리, 메릴 린치에 이어 4번째로 큰 투자 은행인 리먼이 망할 수 있다면 안전한 기업은 없다고 많은 사람들이 판단했기 때문이다.
1만1,000대에 머물러 있던 다우존스 산업지수는 한 달 만에 8,000대로 추락했고 이와 함께 매케인의 대통령 꿈도 사라졌다. 그 때도 10월 달에 세 차례 토론회가 있었고 매케인이 특별히 잘못한 것이 없었는데도 그의 인기와 지지도, 승률은 모두 다우 지수와 같은 길을 걸었다. 결과는 선거인단 수 365대 173, 총 유효표 52% 대 47%이라는 참패였다.
주가가 대선 결과를 좌우한 것은 그 때만이 아니다. 2004년 대선 때도 토론은 민주당의 케리가 더 잘했다는 평가가 많았지만 결과는 부시의 승리였다. 2000년 하이텍 버블이 터지면서 2002년 7,000선까지 폭락했던 미 주가는 그 후 2년간 부동산 호황에 힘입어 꾸준히 상승, 2004년에는 10,000선을 회복했다.
고어가 유효표에서는 이기고 선거인단 수에서 졌던 2000년 선거 때 다우는 연초 11,700으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하락세로 돌아서고 있었다. 클린턴이 압승을 거뒀던 1996년에는 하이텍 붐이 시작되면서 주가는 연일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중이었다. 예상을 깨고 클린턴이 아버지 부시를 이긴 1992년 미 주가는 90년 사담 후세인이 쿠웨이트를 침공하면서 폭락했던 부분을 만회하고 서서히 상승하고 있었으나 공교롭게 여름 이후 가을까지는 하락세로 접어들었었다. 만약 선거가 몇 달만 뒤에 치러졌더라면 결과는 달랐을 수도 있다.
아버지 부시가 레이건의 뒤를 이어 집권에 성공한 88년 미 주가는 87년 폭락을 극복하고 상승세를 타고 있었고 레이건이 먼데일에 압승한 84년 주가는 연일 최고치를 갱신했다. 카터가 레이건에 참패한 1980년에는 주가가 하락세를 면치 못했고 포드가 카터에 참패한 1976년에도 그랬다.
이렇게 보면 주가 동향만큼 대선 결과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도 없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올 대선에서 어째서 오바마 당선이 유력시 되는가가 이해된다. 오바마 취임 시 6,000대였던 다우 지수는 지금 13,000선이다. 이런 주가 상승이 3년 넘게 실업률이 8%를 웃돌고 수백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빈곤층이 수백만 명이 늘어났다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오바마 당선 가능성을 점치게 하고 있다.
22일로 3번째 대선 후보 간 토론이 모두 끝났지만 이로 인한 지지율 변동은 미미하다. 앞으로 남은 2주간 리먼 급 사태가 터지지 않는 한 주가 풍향계는 이번에도 틀리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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