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부임해온 대사는 군 출신이었다. 육사 11기. 그 신임대사와 하여튼 부임 초부터 호흡이 잘 맞지 않았다고 했다. 외무고시출신의 정통 외교관이라는 나름의 자부심이 있었다. 그런데 외교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는 군 출신을 상사로 모시다니.
오기라고 할까, 군사정권에 대한 거부감이라고 할까, 그런 마음속으로부터의 저항감으로 오슬로 주재 대사관 근무시절 초기 상당한 갈등을 겪었다고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신임 대사가 불렀다. 단 둘만의 독대 식 대화를 가지게 된 것이다.
“군 출신이어서인지 그 분은 생각보다 직선적이고 솔직하게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날 대화 내용은 이랬다고 한다.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수상 플랜이 가동됐다는 것이다. 육사 동기생 출신인 자신이 대사로 부임한 것도 다름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바로 그 임무를 위한 것으로 이를 위해 전폭적인 도움을 대놓고 요청해온 것이다.
당시 5공 정권이 추진하고 있던 것은 북한과의 파격적인 회담이었다. 그 일로 북한에서는 허담이 비밀리에 서울을 방문하는 등 남북한 간의 비선이 움직거리고 있었다. 그 일련의 움직임과 관련해 추진되어온 게 전두환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 플랜이었다는 이야기다.
“그 플랜은 그러나 결국 흐지부지 되고 말았습니다. 워싱턴 측이 난색을 보여 남북회담이 성공하지 못한 탓이지요.” LA 총영사관을 거쳐 간 한 은퇴 외교관의 술회다.
그 노벨 평화상을 그 일이 있고 10 수년이 지난 후 김대중 대통령이 받게 된다. 김정일을 찾아 평양을 방문하는 등 남북긴장 완화와 한반도 평화정책에 기여한 공로를 기려서다.
올해에도 기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말도 무성했다. 시인 고은씨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등. 그러나 올해에도 한국인 노벨상 수상자는 나오지 않았다.
‘한국, 금메달 획득에서 세계 5위 차지’-. 지난여름 한국의 신문 지면을 뜨겁게 달군 제목이다. 런던올림픽에서 일본을 제쳤다. 금메달 수에서도, 또 축구경기에서도.
이후 한껏 부풀어 올랐다. 이제 일본쯤은 우습게보아도 될 명실상부한 탑 랭킹의 세계 선진대열 국가로 발돋움했다고. 그 도취감에 여전히 젖어있는 가운데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됐다.
올해에도 일본은 또 다시 기초과학부문에서 수상자를 냈다. 이로써 1대 19가 됐다. 한국과 일본의 노벨상 수상 스코어다. 노벨상 수상 국가별 순위에서 한국은 저개발 국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일본은 8위다. 자연과학으로 한정하면 일본은 세계 6위의 노벨상 수상 강국이다.
석연치 않은 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중국도 노벨 수상자를 냈다. 문학상을 중국 소설가 모옌(莫言)이 받은 것이다. 무엇을 말하나. 한국은 지나친 자화자찬의 분위기에 젖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이다.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되는 시즌. 해마다 그 계절은 어쩐지 우울하게 다가오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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