롬니 상승세 지속으로 초박빙 되자
총득표수-선거인수 승자 다를 수도
미국의 11·6 대통령 선거가 20여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판세가 `오바마 당선 유력’에서 초박빙으로 바뀌면서 당선자 윤곽은 갈수록 오리무중(五里霧中)에 빠져들고 있다.
지난 3일 첫 TV토론 대결에서 완승한 밋 롬니 공화당 후보가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뒤진 지지율 격차를 따라잡은 것은 물론 아예 추월한 현상이 10여 일째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여론조사기관에 따르면 롬니는 첫 토론 이후 지금까지 지지율이 낮게는 3-4%포인트, 높게는 5-6%포인트 오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오바마가 지난달 6일 민주당 대선 후보 지명 전당대회의 흥행 성공으로 롬니와 벌린 3-5%포인트 격차가 상쇄된 것으로 보고 있다.
롬니 상승세는 전국 평균 지지율에 그대로 녹아 있다.
1주일 단위로 지지율 평균치를 산정하는 갤럽 조사(10.7-13일)에서 롬니는 49%로 오바마를 지난 4일 이후 1-2%포인트 차로 앞서고 있다.
이 조사는 투표할 가능성이 큰 유권자(투표예상자) 2천700명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오차범위는 ±2%포인트이다.
지지율 사흘치를 평균 내는 라스무센리포츠 조사(10.11-13일, 1천500명, 오차범위 ±3%포인트)에서도 롬니 49%, 오바마 47%로 롬니가 지난 9일 중 6일간 1-2%포인트 높았다.
나머지 사흘 중 한번은 오바마 리드, 두 번은 동률이었다. 첫 토론회 전 오바마는 16일 연속으로 롬니를 앞서거나 동률을 기록했다.
라스무센은 오바마와 롬니의 지지율 격차가 지난 100일 가운데 89일에서 3%포인트 안에 있었는데 지금은 더 좁혀져 정말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상황(too close to call)이 된 것으로 분석했다.
롬니의 선전은 직접 국민투표 승률이나 대통령 선거인수(數) 확보 예상치에서도 잘 드러난다.
미 대선은 주별 국민투표에서 1표라도 더 많은 후보가 그 주에 배정된 선거인을 모두 차지하는 `승자독식제’로 치러진다.
중립적인 선거분석 온라인매체 ‘파이브서티에이트’(fivethirtyeight·선거인단 숫자 538명을 의미)는 14일(현지시간) 현재 당선(선거인수 270명 이상 확보) 확률을 오바마 63.3%, 롬니 36.7%로, 국민투표(총득표) 승률을 오바마 50.0%, 롬니 49.0%로 추산했다.
당선 확률 36.9%는 지난 6월26일(38.9%) 이후 최고치로, 첫 토론회 개최 직전(13.9%)보다 22.8%포인트 급상승한 것이다.
총득표 승률도 지난 11일 이후 나흘 연속 49.0-49.1%(12일)를 기록하고 있다. 총득표 승률이 49%대에 진입하는 것은 파이브서티에이트가 지난 5월 31일 확률 추적을 시작한 이래 처음이다.
파이브서티에이트는 각종 여론조사 결과와 경제상황 등 변수를 취합해 수만 번의 모의실험(시뮬레이션)을 한 뒤 주요 확률을 추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통령 선거인수 확보 예상치도 롬니가 유리한 쪽으로 흐르고 있다.
전국 및 주별 지지율을 토대로 후보별 선거인수를 매일 추정하는 중립적 정치전문 매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는 14일 현재 오바마가 ▲확실 142명 ▲유력 37명 ▲우세 22명 등 201명을, 롬니는 ▲확실 76명 ▲유력 83명 ▲우세 32명 등 191명을 확보 가능할 것으로 보고 경합을 11개주 146명으로 분류했다. (이하 괄호 안은 선거인수)
오바마는 첫 토론 전날인 지난 2일 269명에서 이번에 68명이 빠졌고, 롬니는 191명 그대로이지만 오바마의 우세 지역(68)이었던 플로리다(29)와 버지니아(13) 등 5개주를 경합주(州)로 되돌려놨다.
파이브서티에이트는 현재 경합주 판세를 기준으로 후보별 선거인수를 예상한 결과 오바마 285.6명, 롬니 252.4명으로 둘 간의 격차가 지난 9월9일 99.6명에서 33.2명으로 크게 줄었다.
오바마는 지난 8일(302.5) 이후 처음으로 확보 예상 선거인수가 300명 아래로 떨어진 반면 롬니는 지난 2일 219.4명에서 252.4명으로 33명이 늘었다.
경합주 가운데 오바마는 아이오와(6), 뉴햄프셔(4), 네바다(6), 오하이오(18), 위스콘신(10)에서, 롬니는 플로리다(29),노스캐롤라이나(15), 버지니아(13)에서 각각 우세를 보이고 있고 콜로라도(9)는 승률이 50%씩으로 같다. 롬니는 첫 토론 전만 해도 경합주에서 우세를 보인 적이 드물다.
이처럼 롬니가 지지율과 선거인수, 경합주에서 오바마를 추월하거나 격차를 좁히면서 올해 대선은 경합주 전적으로 판가름날 게 확실시되고 있다.
전세(戰勢)가 이쯤 되자 선거 분석가들은 롬니의 상승세가 투표 당일까지 지속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에도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분석가들은 대표적 시나리오로 선거인수 동수(269명 대 269명)로 무승부가 나는 경우와 롬니가 총득표에서 이기고 선거인수에서 지는 경우를 꼽았다.
역대 대선 기록을 볼 때 이런 일이 발생 확률은 매우 낮지만 두 후보 선거캠프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법률 검토를 꾸준히 해온 것 등으로 미뤄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닌 것 같다.
파이브서티에이트에 의하면 무승부 확률은 지난 1일 0.6%에서 1.3%로 2배 이상 높아졌다. 오바마와 롬니가 경합주에서 뺏고 뺏기는 싸움을 벌여 각자의 선거인수가 과반에서 1명씩 모자라면 하원에서 대통령을 선출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일어난다.(연합뉴스 10월 7일 보도 참조)
오바마가 총득표에서 이기고 선거인수에서 질 확률은 2.5%이지만 롬니가 총득표에서 앞서고 선거인수에 뒤질 확률은 4.8%로 오바마보다 거의 2배 높았다.
또 지난 2일 확률치와 비교하면 오바마는 0.8%에서 2.5%로 3배, 롬니는 0.5%에서 9배 이상 커졌다.
그간 대선 결과는 총득표 승자가 선거인수 승자가 되는 식으로 양자가 거의 늘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기 때문에 `반쪽(split) 승부’가 날 가능성은 아주 적다.
그러나 롬니가 전국 지지율에선 오바마를 앞서고, 앞의 예상처럼 선거인수 합계에선 진다면 반쪽 승부가 일어날 공산이 있다.
오바마도 전국 득표에선 롬니에게 지더라도 오하이오(18) 등 선거인이 많이 배정된 대형 경합주를 확보하면 백악관 열쇠를 4년간 더 쥘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00년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는 앨 고어 민주당 후보에게 총득표에서 53만7천179표를 졌지만 재검표와 연방 대법원 소송까지 간 끝에 선거인 총합에서 고어보다 5명 많은 271명을 확보해 대통령이 됐다.
RCP의 전국 지지율 평균치(10.4-13일)는 롬니 47.3%, 오바마 46%로 롬니가 총득표에선 1.3%포인트 앞설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선거인수에선 현재 확보한 선거인수가 롬니 191명, 오바마 201명이고, 경합주를 후보별 지지율에 따라 배정하면 오바마 294명, 롬니 244명으로 50명(9.2%포인트) 많다.
오바마는 수개월 전부터 플로리다, 오하이오 등 결코 양보할 수 없는 `티핑포인트(tipping point)’ 지역에 반복 유세와 광고 살포로 단단한 방어벽을 구축해 롬니의 침투가 쉽지 않다는 관측이 있다.
오바마와 롬니 캠프는 개별 경합주에서 근소한 차이로 패배해 전체 당락이 결정될 경우 2000년과 같은 법률 소송도 불사한다는 방침 아래 수개월 전부터 변호사팀을 꾸려 놓은 것으로 RCP는 전했다.
갤럽은 오바마 대통령의 업무 수행 지지도가 유권자의 지지 정당별로 양극화돼 있어 선거 당일 이들의 투표율과 무당파 유권자의 업무 찬성률에 의해 당락이 가려질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1-9일 갤럽 조사에서 대통령 업무 찬성률은 민주당 지지자 90%, 공화당 지지자 8%로 격차가 1984년 이래 최대였다.
(서울=연합뉴스) 권오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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