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수도 앙카라의 에센보가 공항에 강제 착륙한 시리아 여객기 출입구 앞에서 11일 새벽 수사관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터키 공군이 강제 착륙시킨 러시아 모스크바발 시리아 여객기는 시리아로 가는 군사 장비와 탄약을 싣고 있었다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가 11일(현지시간) 밝혔다.

에르도안 총리는 수도 앙카라에서 기자들과 만나 터키 당국이 전날 밤 압수한 이들 화물의 수취인은 시리아 군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터키는 아직도 이 장비를 검사하고 있다면서 “필요한 조치가 뒤따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이날 터키 국영 TV TRT도 문제의 다마스쿠스행 시리아 여객기에 군사용 통신장비가 실려 있었다고 보도했다.

친정부 터키 일간지 예니 사파크도 시리아 항공 소속 에어버스 A320 여객기가 컨테이너 10개를 적재했으며 일부에는 무선수신기와 안테나, 미사일 부품으로 추정되는 장치가 있었다고 전했다.

아흐메트 다부토글루 터키 외무장관은 “화물 가운데는 민간 항공기에 합법적이지 않은 물건이 끼어 있다"며 터키가 터키 영토 상공으로 군수물자를 운반한다는 의심이 들면 해당 항공기를 저지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터키 외무부는 여객기가 군수물자를 수송 중이었다는 의혹과 관련해 터키 주재 러시아 대사를 초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시리아는 시리아 여객기에 불법 화물이 적재됐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모함마드 이브라힘 시리아 교통장관은 터키의 시리아 여객기 강제착륙이 해적행위와 다름없다고 비난했다.

가이다 압둘 라티프 시리아 민간항공청장도 터키의 조처는 국제법과 항공기준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러시아 외무부도 이날 알렉산드르 루카셰비치 대변인 명의의 논평에서 “(터키 당국의) 비상조치로 17명의 러시아인을 비롯한 탑승객의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았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나 터키 외무부는 여객기 승객의 안전을 위해 모든 조치를 다했다며 시리아와 러시아 측의 반발을 일축했다.

한편 터키 총리실의 소식통은 이날 AFP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터키 측의 여객기 강제착륙 조치에 대한 불만 표시로 오는 15일로 예정했다가 연기한 터키 방문을 오는 12월 3일 실행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소식통은 “에르도안 총리와 푸틴 대통령이 공동의장을 맡는 제3차 양국 고위급 협력위원회가 12월 3일 앙카라에서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