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경제·감세·오바마케어 현안서 말싸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부통령 후보는 전통적으로 자기 정견을 자랑하거나 상대방 부통령 후보를 직접 공격하기보다 반대 당의 대통령 후보를 물어뜯는 ‘전투견’(attack dog)이나 ‘저격수’ 역할을 한다.
이에 걸맞게 11일(현지시간) 밤 열린 부통령 후보 TV 토론에서 40년 정치 경력의 백전노장인 조 바이든 부통령은 밋 롬니 공화당 대통령 후보를, 또 떠오르는 샛별인 폴 라이언 공화당 부통령 후보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졌다.
두 후보는 최대 현안인 경제 문제를 비롯해 감세, 건강보험, 재정 적자, 외교 정책 등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9·11 11주년에 리비아 벵가지 주재 미국 대사관에 대한 무장세력의 습격으로 크리스 스티븐스 미국 대사 등이 숨진 사건이 먼저 도마에 올랐다.
바이든은 사건을 저지른 테러 집단을 응징하고 ‘같은 실수’가 반복되지 않게 하겠다면서도 오바마가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종식하려 하는 반면 롬니는 그게 다 실수이며 군대를 남겨놔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또 다른 전쟁을 준비한다고 지적했다.
공화당이 외교 공관 경비 비용을 삭감했을 뿐 아니라 오사마 빈 라덴 사살을 되새기면서 롬니는 그런 경험이 없다고 꼬집기도 했다.
라이언은 오바마 정부가 알 카에다 조직이 활동하는 벵가지에 해병대를 파견해야 했다며 이번 사건이 테러리스트 공격이란 걸 알아내는데 2주일이나 걸리는 등 외교 정책이 한마디로 ‘엉망’이라고 비난했다.
또 이라크·아프간 전쟁을 끝내야 한다는 점에는 오바마와 같은 입장이라고 반박하고 문제는 해외에서 미국이 힘을 잃고 미국민의 안전이 위협받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란 핵 문제에 대해서도 라이언은 오바마가 취임할 때 1개의 핵을 만들 능력이 있었지만 지금은 5개는 충분히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오바마는 평화적 해결을 얘기하면서도 그럴 능력이 없다고 말했다.
바이든은 이란에 대해 핵개발 능력이 아직 모자라고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제재를 하고 있다면서 공화당 정권이라면 중국과 러시아의 동의를 이끌어낼 수 있겠느냐고 되묻고는 라이언의 발언은 ‘허튼소리’라고 몰아붙였다.
그는 롬니는 자꾸만 더 하라고 하는데 전쟁을 원하느냐고 따졌고 라이언은 우리는 전쟁을 막기를 원한다고 대꾸했다.
시리아 문제에서도 바이든은 롬니가 시리아에 군대를 보내 중동에서의 지상전을 치르려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라이언은 아무도 이 나라에 군대를 보내자고 제안하지 않았다면서 오바마가 미국의 외교 정책을 유엔에 ‘아웃소싱’했다고 반박했다.
일자리 등 경제 문제로 넘어가자 논쟁은 더욱 격해졌다.
바이든은 실업률이 언제 6% 아래로 떨어지겠느냐는 질문에 "모르겠다"고 했다가 "곧 그렇게 될 것"이라며 오바마 취임 이후 520만개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말했다.
그는 롬니의 ‘세금도 내지 않고 정부에 의존해 살아가는 47%’ 발언을 꼬집는 동시에 중산층을 살려야 하는데도 롬니와 공화당이 상위 12만가구의 세금을 5천억달러 더 깎아주려 한다고 비난했다.
라이언은 미국 경제가 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다면서 성장률이 1.5%에 불과하고 2천300만명이 실업자이며 15%가 빈곤 상태라고 지적했다.
성장률을 4%로 끌어올리고 1천200만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롬니의 공약을 다시 강조하는가 하면 납세율이 낮은 점을 의식한 듯 롬니가 소득의 30%를 자선기금으로 내고 있다고 옹호하기도 했다.
오바마 경제 정책에 대해 ‘정실 자본주의(Crony capitalism)’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바이든은 또 재정 적자를 늘리지 않으면서 세금을 깎아주는 롬니의 5조달러 감세 정책은 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비아냥거렸고 라이언은 "잭 케네디는 세율을 낮추고 성장률도 높였다"며 감세가 성장을 촉진할 것이라고 맞받았다.
의료보험 등 사회보장 제도에서도 첨예하게 맞섰다.
라이언은 자신의 가족을 예로 들면서 메디케어 등 사회안전망이 파산 직전이고 오바마의 건강보험 개혁법, ‘오바마케어’를 시행하려면 7천160억달러를 메디케어에서 전용해야 한다며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바이든은 오바마케어는 보험회사 등에 지나치게 지급되는 돈을 줄이려는 것이고 가계에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은 없다면서 롬니와 라이언의 아이디어는 낡고 나쁜 것이라고 반박했다.
낙태와 관련해서는 라이언은 낙태에 반대하는 것이 단순히 종교(가톨릭)적인 이유 때문은 아니며 명분과 과학에 관한 것이라면서 집권하면 강간이나 근친상간에 의한 임신이거나 산모의 생명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면 낙태에 반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생명은 임신에서 시작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바이든도 생명은 임신에서 비롯된다는 종교(가톨릭)적 입장을 지지하지만 그걸 다른 사람에게 강요할 생각은 없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연합뉴스) 강의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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