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조사에 의하면 화학기업보다 학교 실험실의 사고 빈도가 최대 100배나 높다.
가장 먼저 실험도구의 살균을 위해 사용하는 고압증기멸균기(autoclave)를 떠올릴 수 있다. 이 장비는 작동 시 고온 증기를 내뿜는다.
유리 제품의 건조나 증류기기의 가열에 쓰이는 열선총(heat gun) 또한 위험한 장비의 하나다. 연소성 물질에 너무 가까이 대면 불이 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진공상태의 유리용기는 폭발 후 날카로운 파편을 사방으로 날려 보낼 수 있으며 수십 kgf/㎠의 압력으로 액체·기체가스를 담는 고압저장용기도 파열되면 마치 수류탄처럼 주변 연구자들에게 치명적인 금속파편을 발산한다. 덧붙여 원심분리기의 회전자(centrifuge rotor)가 고장나도 폭발 위험이 있다. 이때는 회전자에 담긴 화학물질이 충격파를 타고 실험실 전체로 퍼지게 된다. 하지만 이들조차 감히 명함을 내밀지 못하는 위험한 존재가 있다. 이 장비는 세상에서 가장 위험하며 지구상의 모든 실험실에 존재한다. 바로 인간이다.
실제로 실험실에서 발생한 주요 인명사고들은 인간의 실수, 즉 인재로 밝혀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사고들 중에는 다소 당혹스런 것들도 많다. 일례로 1997년 에모리대학 학생인 엘리자베스 그리핀은 고글을 쓰지 않은 채 영장류를 연구하다가 붉은털 원숭이가 던진 배설물을 눈에 맞았고 6주후 헤르페스 B 바이러스 감염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또한 1996년 다트머스대학 화학과 카렌 웨터한 교수는 실험실에서 디메틸수은((CH₃)2Hg)을 옮기던 중 실수로 장갑 낀 손위에 흘렸다. 그리고 10개월 뒤 수은 중독으로 숨졌다. 2009년 UCLA에서는 화학·생화학부의 쉐하르바노 상지가 실험실 입실 시 착용이 의무화된 방염 실험복을 입지 않고 실험을 하다가 t-부틸리튬에 의해 일어난 화염으로 화상을 입고 유명을 달리했다. t-부틸리튬은 공기와 접촉하면 자연 발화하는 화학물질이다. 사례에서 확인되듯 이런 형태의 사고들은 대개 대학연구실에서 빈발한다.
비영리기구인 실험실안전협회(LSI)의 제임스 카우프만 회장에 따르면 초·중·고와 대학 실험실의 사고 빈도가 화학기업보다 최대 100배나 높다.
이유가 뭘까. 다우케미칼, 듀폰 등 화학기업들은 매우 엄격한 안전프로그램을 운용하는 반면 교육 현장의 안전시스템은 종종 개인적 경험에 의존한 구두 교육에 머물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연구자와 달리 학생들은 실험에 있어 비숙련자라는 점도 원인의 하나로 지목된다.
<파퓰러 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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