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보다 문득 이곳이 미국인지, 한국인지 구분이 안 간다. 2012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 시상식, ‘퓨즈 뉴스(Fuse News)’, NBC의 ‘엘렌 쇼’, ‘투데이 쇼’까지... 미국 최고의 TV 프로그램 출연자들은 한국노래에 맞춰 말춤을 추느라 여념이 없다. 그들을 가르치는 건 대한민국의 자랑스런 가수, ‘싸이’다.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전 세계적인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다. 운전을 하는 도중 미국 라디오 방송에서 한국말로 ‘강남 스타일’이 흘러나올 때면, 흥분을 진정시키기 위해 길 한쪽에 차를 세우고 노래가 끝나기를 기다린 적도 있다. 게다가 미국 최고의 TV 방송에서 거침없는 그의 입담을 듣고 있자면 가슴이 절로 뭉클해진다.
‘강남스타일’은 왜 이렇게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을까. 음악을 하는 내가 분석한 바로는, 첫째 신나고, 둘째 재밌고, 셋째 독특하기 때문이다. 독특함은 ‘불협화음의 조화’에서 온다. 선글라스를 쓰고 한 여름에도 턱시도에 나비넥타이 그리고 백구두를 신은 차림새로 우스꽝스런 말춤을 추며 외치는 말, “오빤, 강남스타일!” 듣는 우리의 마음도 어느새 무장해제 될 수밖에 없다.
미국방송 인터뷰에서도 그는 “Dress Classy, Dance Cheesy(옷은 고급스럽게 춤은 싸구려로)”라는 아이러니한 스타일이 바로 ‘강남스타일’의 포인트라 말한다. 이런 뜬금없는 조화가 신나게, 재밌게, 또 독특하게 다가와 우리로 하여금 그를 계속 보게 만든다.
또 음악적으로는 중독성 강한 비트와 잘 짜여진 음악구조, 적절한 배치가 듣는 이들을 매료 시킨다. 게다가 다른 힙합 곡들처럼 규칙적인 리듬이 진행되다가 갑자기 모든 소리가 두 번 멈춘다. 그리고 듣는 이들을 네 박자 기다리게 한 다음 “오빤, 강남스타일!”을 외친다. 묵음이 갖는 엄청난 힘을 아주 잘 이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유치하면서도 말초적인, 자극적이지만 단순한 가사도 듣는 사람들을 매혹시켰다.
거기에 또 한 가지. 빼놓을 수 없는 건 싸이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춤의 세계다. 멋지고, 화려한진 않지만 재미있고 신나는 춤, 그래서 따라하게 만드는 ‘말춤’이 신선함을 더한 것이다. 한국에서는 언젠가 한 번쯤은 춰본 듯한 복고적 스타일의 말춤의 느낌으로 어필했다면, 해외에서는 코믹한 말춤의 세계가 어이없지만 신나고, 그래서 웃을 수 있는 춤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신드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 ‘싸이’라는 가수의 독특함, 그만이 가진 캐릭터의 힘이다. 생김새에서 풍기는 느낌, 어떤 상황에도 주눅 들지 않는 당당함, 어떤 질문에도 센스있게 답변하는 그의 입담은 세계인에게 싸이라는 가수를 각인시킬 수 있었다.
게다가 싸이의 가장 큰 장점은 콘서트 무대 위에서 뿜어내는 ‘뜨거운 열정’ 바로 그것이다. 몇 시간씩 이어지는 콘서트 무대를 위해 몇 달씩 준비하는 것은 물론, 공연 도중 다리가 마비되는 고통에도 그는 절대 쓰러지지 않았다. 한국의 어느 음악 평론가는 ‘싸이의 라이브 콘서트가 세계 사람들에게 공개된다면, 진정한 센세이션을 일으킬 지도 모른다’는 말로 그를 표현했다.
“최고가 되어 본적은 단 한번도 없지만 가수가 된 후 단 한번도 최선을 다하지 않은 적은 없다”고 말하는 가수 싸이. 그를 보며 모든 성공에 우연은 없다는 말을 다시금 상기한다. 준비된 자에게 기회는 오고, 그때 그 기회를 잡으면 된다.
미국 무대에서는 신인의 자세로 겸손하게, 그리고 성실하게 무대에 오르겠다는 싸이. 우리는 그의 ‘강남스타일’이 ‘세계스타일’이 되는 걸 기쁜 맘으로 지켜보고 싶다.
<앤드류 박 ‘박트리오’ 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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