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감독이 신작 <피에타>로 69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최우수작품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베니스 국제영화제는 칸, 베를린과 더불어 세계 3대 영화제로서, 한국 영화가 이들 영화제에서 최고상을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많은 매체들이 여타 주류 한국 감독이 아닌 영화계의 이단아라 불리는 김기덕 감독의 수상 소식을 전하며, 그의 숨겨진 예술적 진정성 알리기에 새삼 열을 올리고 있다. 그간 끝없는 논란의 대상이 되어온 전작들의 가학성을 부각시키기보다는, 그가 그러한 표현방식을 통해 궁극적으로 알리고자 했던 현대 사회의 근원적인 폭력성을 강조하며, 그 가운데서 줄곧 현대인의 구원에 대한 고뇌를 그치지 않았던 감독의 행보를 재조명하기에 바쁘다.
국내(한국)가 아닌 국외에서 기대 이상의 평가를 받게 된 인물은 또 있다.
바로 가수 싸이다. 아이돌 홍수의 한국가요시장에서 진정한 의미의 주류 가수가 될 수는 없었던 그는 어리고 출중한 외모의 주류 가수들이 보여주지 못한 유머와 솔직함, 자신감 있는 표현력으로 자신의 이름을 세계 곳곳에 떨치기 시작했다.
주류와 비주류를 나누는 기준은 무엇일까. 자본사회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이 주류와 비주류를 가름하는 잣대는 물론 자본이다. 개인의 가치를 쉬이 ‘연봉 수준’으로 평가하는 현대 사회에서 얼마나 많은 자본이 결집되느냐는 결국 어떤 크기의 권력을 손에 쥐게 되느냐를 의미한다.
그간 친(親)대중적 정서가 부족하다는 편견과 싸워왔던 이들은 현대 사회의 물질적 이해관계를 뛰어넘을만한 재능과 노력을 무기 삼아 마침내 소통에 성공했다. 감사하게도 스스로에게 가장 편한 옷을 입고 대중 앞에 선 이들에게 또다시 대중이 원하는 것 역시 주류의 식상함이 아닌 철저히 그들 내면의 것이다.
유독 국외에서 더욱 화제가 된 이들의 성공이 오늘날 한국인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김기덕 감독은 한국 관객의 수준을 운운했던 자신의 과거 논란 발언을 해명하는 최근 인터뷰에서 “피부에 닿는 온도를 논리와 숙고라는 여과 없이 즉각적으로 ‘뜨겁다/차갑다’로 구분 짓는 한국 관객들의 단편적인 성향”을 지적했다.
유독 해외팬이 많은 김기덕 감독에 대해 어느 영화 평론가도 “한국 관객은 영화를 현실의 사실적 단면으로 받아들이고, 외국 관객들은 예술로 이해한다. 고로 외국인들에게 영화는 특정 메시지를 담은 하나의 알레고리일 뿐”이라며 “이런 이유로 한국인들은 김기덕 감독의 과장되고 연극적인 표현방식에 불쾌감과 어려움을 느끼고, 외국인들은 별다른 거부감 없이 영화적 세팅 안에서 작가가 제시하고자 하는 주제에 집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는 한 대중예술인의 동일한 작품이 ‘최고의 예술’ 혹은 ‘비주류 창작물’로 갈리는 현실을 목격하고 있다. 앞서 감독과 평론가가 논했듯,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예술로 표현된 인간의 다양성과 재능에 대한 포용과 아량, 그리고 그들의 출현과 발전을 기다릴 줄 아는 인내를 배우는 일이 아닐까.
현대 사회의 ‘대중’은 때때로 ‘폭력성’의 또 다른 이름이 될 수 있다. 영화나 음악, 그림 등을 통해 표현된 인간이라는 예술을 단순히 주류나 비주류로 분류하는 사회에서 인간의 다양성이 설 곳은 없다.
선진 예술사회를 자부하는 그들처럼, 이제 우리도 자본보다 좀 더 근사하고 세련된 판단근거를 가져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사고의 유연성을 바탕으로 겉포장보다는 그 안의 실체를 들여다보며 깊은 담론에 스스로를 담글 줄 아는 성숙한 사회, 그러한 사회의 도래를 앞당기는 비주류들의 반격이 새삼 반갑게 느껴진다.
<노유미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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