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이 묻은 페이지를 넘긴다
나를 암살하기 위해 누군가 발라놓은 독을
침과 함께 나는 삼킨다
독 묻은 책을 읽는 것은 독에 잠겨 서서히 익사해가는 일
피 속에 움트는 날카로운 외침에 귀 기울이며
다시 페이지를 넘긴다
그 어느 시인도 독으로 일생을 살진 못했다
그가 남긴 독이 책에서 책으로 돌고 돌다
어느 한가로운 일요일 아침
책을 펼쳐든 나를 깨문다
서서히 독에 마비되어가는 몸을 젖히고
나는 책 속을 빠져나가는 독사 한 마리를 본다
무릇 모든 독서란
독사 한 마리씩 길들이는 일이니
남진우(1960 - ) ‘독서’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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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를 ‘독이 묻은 페이지’로, 독사 한 마리를 길들이는 일‘이라고 바꿔 말한다. 이 때 독은 독자의 의식이나 감동을 깨우는, 입에 쓴 약 정도로 해석하면 좋을 듯하다. 그러나 나는 엉뚱한 생각이 일어 충격을 받았다. 책에 올리고 있는 내 글들이 진짜로 독자의 마음을 해치는 독이 될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들었기 때문이다. 시의 ‘언어유희‘가 일상성으로부터 벗어난 다양하고 풍부한 사고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김동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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