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폐막한 런던 올림픽은 우리의 가슴을 뜨겁게 했다. 메달을 목에 건 선수들로부터 안타깝게도 시상대에 오르지 못한 선수들까지... 최선을 다 한 그들의 모습은 감동적이었다. 4초를 위해 4년을 준비했다는 양학선 선수. 1초를 위해 1년 씩 하루도 빼놓지 않고 피땀을 흘린 셈이다.
18살답지 않게 성숙한 ‘국민 여동생’ 손연재는 또 어떠한가. 초등학생 때부터 시작된 혹독한 연습과 엄격한 식이요법으로 맘껏 먹지도 못한 채 힘든 훈련을 묵묵히 견뎌내야 했다. 그 밖에도 올림픽 사상 첫 메달로 한국 축구의 새 역사를 쓴 태극 전사들, 펜싱 선수들, 양궁 선수들, 첫 금메달의 주인공인 사격의 진종오 선수, 그리고 메달을 따지는 못했지만 훈훈한 감동을 선사해준 여자 배구팀과 역도의 장미란 선수..... 감동의 주역들을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이들 모두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뒤에서 묵묵히 함께 걸어온 코치와 감독이 있다는 점이다. 2002년 월드컵 4강 진출의 신화였던 홍명보 감독은 이제 올림픽 축구대표팀의 감독으로 더 잘 알려지게 됐다. 하지만 그와는 달리 이름도 얼굴도 생소한 감독, 코치, 스텝들이 더 많다.
선수들을 독려하고, 때로는 선수들을 채찍질하며 조금 더 훌륭한 선수로 만들기 위해 함께 피땀 흘린 그들이 어쩌면 태릉선수촌의 숨겨진 주역일 지도 모르겠다. 선수들이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도록 토양이 되고 햇볕이 되어준 감독과 코치들은 ‘숨은 영웅’이다.
교사인 나는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선수들을 지켜보며 애태우고 있을 그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 막중한 책임감에 어깨조차 제대로 펴지 못하고 타는 입술을 물로 적시며 경기를 바라보는 그들의 심정을 국민들은 이해할 수 있었을까?
혹여 떨리는 마음을 선수들에게 들킬까 무표정으로 일관하지만 기쁨의 순간에는 어떤 계산도 소용이 없다. 일본과의 3,4위전에서 박주영이 넣은 골에 어린아이처럼 뛰며 기뻐하는 홍명보 감독의 모습은 가려져 있던 감독의, 스승의 모습을 대변하는 것이었으리라.
스승에게 있어 가장 큰 보람은 제자가 잘 되는 것이다. 그것이 최고의 기쁨이고 누군가를 가르치는 사람들의 목적이다. 지도자의 입장에 있다 보면 악역을 담당해야 할 때도 있다. 때론 학생이나 선수들보다 먼저 포기하고 싶은 감정이 솟구쳐 오를 때도 있다.
학생들에 대한 믿음이 너무 크기 때문에 도리어 실망하고 좌절할 때도 있다. 간혹 학생들에게 ‘배신’당한 기분에 아픔을 겪는 나약한 인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제자들이 콩쿠르에서 이겨 환호할 때, 대학 합격증을 받고 기뻐할 때, 지난 감정은 거짓말처럼 깨끗이 사라진다. 제자들이 발전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이 직업을 택한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깨닫게 된다.
이번 런던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을 키워낸 감독들은 자신들의 가족도 뒤로 하고 제자들을 위해 헌신했다. 선수들의 어머니가 되고, 아버지가 되어 주며 함께 땀흘린 시간들. 그 힘든 여정을 함께 했기에 선수들은 우승이 결정되었을 때, 가장 먼저 그들의 품에 안겨 승리의 기쁨을 나누는 것이다.
자녀에게 가장 좋은 스승은 부모라 한다. 아이들에게 존경받는 부모가 되기 위해서 우리는 런던 올림픽 영웅들을 키워낸 감독들의 모습을 마음에 새겨야 할 것이다. 나는 우리 아이에게 어떤 부모이자 스승이 되고 있는지, 스스로를 돌아봐야 할 때이다.
<앤드류 박 ‘박트리오’ 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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