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따사로운 인간적인 여자 / 커피 한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 있는 여자 / 밤이 오면 심장이 뜨거워지는 여자 / 그런 반전 있는 여자…”
여기까지 읽으면서 몸에 리듬이 실리지 않는다면, 혹은 “웬 여자?” 한다면 요즘 대중문화에 너무 무심했다고 스스로를 돌아볼만 하다. 꼭 한달 전 발표된 후 전 세계를 흥과 웃음의 열기로 들뜨게 하는 뮤직비디오 ‘강남 스타일’의 초반부 가사이다.
한국의 가수 싸이(본명 박재상·35)의 신곡 ‘강남 스타일’이 가히 세계적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유튜브 조회 횟수가 14일 오후 3시 현재 2,954만1,100 여회.
뮤직 비디오 하나가 이렇게 열광적 반응을 불러일으키자 CNN, 월스트릿 저널, LA 타임스 등 미국의 주요 미디어들도 앞다퉈 ‘Gangnam Style’ 열기를 보도했다. 한국의 한 괴짜 스타가 혜성처럼 나타나서 세계무대를 휘젓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덧붙인다. “왜 이렇게 난리인지 알고 싶다면 그냥 한번 보라”고. 한번 보면 두 번 보게 되고, 두 번 보면 자꾸 보게 된다는 것이다.
30대의 한인2세 여성은 2주전 백인 동료로부터 이메일을 하나 받았다. “너네 코리안들은 정말 멋있다”는 코멘트와 함께 ‘강남 스타일’ 유튜브를 보내온 것이었다. 백인 동료는 “가수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지만 너무나 재미있다”며 가사 내용을 물어왔다.
유튜브 시청자들이 가수가 한국사람인 줄 알고는 친구의 친구의 친구 … 코리안을 찾아 가사를 문의하는 것 또한 ‘강남 스타일’이 만들어 낸 한 현상. 이제는 가사가 영어로 번역되어서 일파만파 동영상과 함께 퍼져나가고 있다.
‘강남 스타일’의 포인트는 코미디라는 것이다. 전혀 강남스럽지 않은 싸이가 “오빤 강남 스타일!”을 외치는 데서 시청자들은 배꼽을 잡는다. ‘품격있는 신사’ 장동건이나 꽃미남 아이돌이 “나는 강남 스타일!” 하고 외친다면 얼마나 싱겁겠는가. ‘강남’이 갖는 고정관념을 부수고 비틀면서 박장대소하게 만드는 것이 ‘강남 스타일’의 힘이다.
예를 들면 싸이가 파라솔 밑에 선글래스 끼고 멋 부리고 앉아 있는 모습. 고급 휴양지 해변인 줄 알았는데 다음 장면을 보면 어린이 놀이터, 물안경 끼고 수영을 해서 보면 대중목욕탕 … 같은 식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조크로 이어지는 코믹한 장면들, 단순하면서 중독성 강한 리듬, 그리고 재미있는 가사가 합쳐져 한바탕의 유쾌한 웃음을 제공한다.
싸이의 음악이 이처럼 폭발적 반응을 불러일으킨 데는 지난 몇 년 K-팝 열풍이 큰 몫을 했다. K-팝이 세계무대에 알려지면서 한국의 대중음악에 관심이 많은 팬들이 신곡이 나왔다 하면 바로 바로 퍼 나르기 때문이다.
이번 ‘강남 스타일’로 미국에서 K-팝에 대한 인식도 좀 바뀔 것 같다. 몇 달 전 소녀시대가 데이빗 레터맨 쇼에 나오는 등 K-팝이 점점 주류사회 무대에 진출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 음악적으로 주목 받는다고 하기에는 미흡한 점이 있다. 레터맨 쇼에 출연한 후 ‘소녀시대’가 받은 평가는 음악 자체보다 “한국 여자들 섹시하다”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반면 싸이는 그의 음악으로 확실하게 미국 대중을 사로잡았다는 평이다. “대단히 쿨하다”는 평가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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