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에서‘국민드라마’로 불리며 최고 인기를 모으고 있는‘넝쿨째 굴러온 당신’은 어렸을 때 시장에서 엄마와 헤어지는 바람에 미국에 입양됐다 다시 한국이 돌아 간 방귀남이라는 의사가 다시 가족을 찾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고아원에 보내졌던 어린 귀남이는 미국의 한 한인가정에 입양돼 양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잘 자라 최고 명문인 존스 홉킨스 의대까지 졸업한다.
귀남이는 양부모 밑에서 자랐지만 겉으로는 성격에 전혀 구김살이 없는 훈남인데다 한국말까지 완벽하게 구사하는 캐릭터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드라마 속 설정일 뿐 현실 속에서 이런 일은 별로 가능하지 않다. 그것은 성장하면서 정체성을 고민하고 심리적으로 고통스러운 갈등을 겪는 수많은 해외입양아들의 고백에서 확인된다.
전쟁의 폐허위에 이룩한 눈부신 경제성장을 자랑하기에 바쁜 대한민국이지만 숨기고 싶은 오명이 한 가지 있다. ‘입양아 수출대국’이라는 부끄러운 타이틀이 그것이다. 사회적 인식이 많이 개선되면서 한국내 입양이 늘고 있는 추세지만 해외입양은 여전히 대세이다. 이번 주 미 국무부가 발표한 2001 회계연도 입양통계에서도 이것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이 기간 미국으로 입양된 한국의 아동들과 청소년은 736명으로 국가별로 볼 때 4번째로 많았다.
한국의 해외입양 실태를 보면 선진국을 상징한다는 OECD 회원국가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이다. 인구가 10억에 가깝고 국민소득은 겨우 1,000달러를 넘는 인도 같은 나라도 매년 해외로 입양 보내는 아이들의 숫자가 300명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얼마 전 새로운 프랑스 정부의 장관으로 임명된 한인입양아 스토리가 한국 언론들에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그런데 한 입양문제 전문가는 이런 스토리들이 전체 입양아들이 처한 현실을 왜곡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아이를 보낸 엄마가 15만명이고 그 가족이 100만명이 되는데 이들이 나가서 자살했다든지 중범죄자가 됐다든지 하면 어떻겠는가. 그래서 성공스토리가 필요한 것”이라고 꼬집는다. 의도하지는 않았을지 몰라도 드라마 속 귀남이라는 캐릭터 역시 이런 역할을 하고 있다.
해외로 입양되는 아이들은 대개 미혼모가 출산했거나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고아원에 버려진 경우다. 미혼모 문제는 선진국에도 있다. 그러나 이런 나라들은 미혼모와 아이들에 대해 가혹하지 않다. 인식도 그렇고 이들을 돌보는 복지체계도 잘 갖춰져 있다. 국내입양도 우리보다 훨씬 활발하다.
잘 자라는 입양아들이 적지 않지만 그래도 아이들은 친생가족 속에서 자라는 것이 가장 좋다. 귀남이는 사랑하는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눈물이 그렁그렁 한 채 자신이 정말 좋은 양부모를 만나 행복했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항상 어떤 결핍감을 떨칠 수 없었다고 털어놔 가족들과 시청자들을 울렸다.
한국의 고아원에서 생활하는 아이 한명 당 정부에서 지원하는 돈은 월 100만원을 훌쩍 넘는다. 이 돈이면 형편이 너무 어려워 아이를 버려야 하는 부모 입장에서는 충분히 아이를 키울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아이들은 계속 버려지고 고아원들은 영리사업화 되고 있다. 어떻게 돈을 쓰는 것이 정말 아이들을 위한 것인지 진지한 고민과 발상의 전환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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