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꽉 찬 아들·딸 결혼시키기, 정말 힘드네요. 올해도 벌써 반이 훌쩍 지나갔는데 올해도 그냥 넘기 버리게 생겨 걱정이 태산입니다.”
결혼 적령기가 지난 장성한 자녀를 둔 한인 부모들의 마음이 다급하기만 하다. 또 한 살 더 먹어 아예 혼기를 놓쳐 버릴까 전전긍긍이다. 자녀가 대학을 졸업하고 번듯한 직장을 잡아 독립을 선언할 때까지만 해도 좋았는데 30이 훌쩍 넘고 40이 코 앞인데 아무리 기다려도 ‘배필’ 소식이 없다. ‘결혼해야지’ 소리도 못하고 끙끙 앓다가 아들·딸 몰래 결혼정보업체 등록도 했지만 올해도 그냥 지나갈까봐 애간장이 타들어간다. 자녀 양육 의무보다 더 걱정스러운‘결혼 안하는 자녀 결혼시키기 프로젝트’ 과연 가능할까.
“마흔 바라보는데 아직…
어디 좋은 짝 없나요?”
■애타는 부모들
“도통 결혼을 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없어요. 부모들만 안달이 나서 결혼을 시키려고 하지요.”
마흔을 바라보는 의사 아들을 둔 김 모씨(포토맥) 부부는 “나무랄 데 없는 조건인데 유독 결혼이 늦어지다 보니 부모 입장에서는 별별 생각이 다 든다”고 했다. 의대 재학시절 중국계 의대생과의 결혼을 단지 ‘타인종’이라는 이유로 반대한 게 엄청 후회가 될 지경이다.
장 모씨(스프링필드 거주)는 “딸이 30이 넘어서니 너무 초조해진다. 딸한테 좋은 사람이 있으니 딱 한 번만 만나보라고 말했다가 타박만 들었다”며 “30 중반이 넘었는데도 교회 선교만 다니는 게 좋다며 결혼을 미뤄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느긋한 자녀들
한국결혼, 중앙결혼상담원, 유 앤 아이 결혼정보센터 등 워싱턴 지역 결혼정보회사들에 따르면 짝 찾기를 미루는 미혼 싱글족은 크게 세 가지 부류다. 첫째는 감정을 중시하는 낭만족, 둘째는 배우자 조건을 따지는 맞춤족, 셋째는 사생활을 즐기는 나홀로족이다. 이들은 자의반 타의반 결혼을 미루지만 공통적으로 “어차피 늦은 것,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라는 여유 아닌 여유의 느긋함을 보인다.
마켓팅 전문직 여성 이모(32)씨는 인생의 동반자를 만나고 싶은 바람은 있다. 이씨는 “몇 번 연애도 해보고 헤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혼기가 찼다고 쫓기듯 서둘러 결혼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내 스스로 하는 일도 있고 경제력도 충분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리치몬드에서 내과의사로 근무 중인 백 모(35)씨는 “어느 날 일어나 거울을 보니 웬 아저씨가 서있어 놀랐다”며 나이 들어 버린 자신의 모습에 허탈해하며 “더 늦기 전에 좋은 사람을 만날 ‘찬스’라도 가져보려 결혼정보회사에 등록했다”고 말했다.
결혼정보회사들에 의하면 배우자를 찾는 미혼남성은 35-40세, 여성은 31-35세가 가장 많다. 직업도 남녀 모두 의사, 치과의사, 약사 등 의료계가 월등히 많고 변호사, 컴퓨터 엔지니어, 공인회계사, 교사, 공무원 등 석사 이상 고학력 전문직을 가진 비율이 절반이 넘는다.
■‘천생연분’ 찾기
LA나 뉴욕처럼 한인 커뮤니티가 큰 지역은 자녀들의 배필을 찾아주기 위한 부모의 모임이 있으나 아직 워싱턴에는 없다. 중앙장로교회나 성 정바오로 한인성당 처럼 교인수가 6천을 넘는 대형 교회들도 그 필요성은 절감하나 아직 현실화 시키지는 못하고 있다.
30을 바라보는 연년생 딸을 둔 정 모씨(맥클린 거주)는 “딸들이 어릴 때는 좋은 대학, 졸업 후에는 취직이 걱정거리였는데 취직을 하고 나니 이제는 배우자 찾는 일이 큰 걱정으로 다가온다”며 “한인 사회에서도 결혼 적령기 한인 2세들을 위한 만남의 장이나 모임 같은 게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부모와 자녀 접점 찾아야
한국과 달리‘ 맞선’을 이해하지 못하는 2세 자녀에게는 부모가 한국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합리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자녀가 내세우는 조건을 수용하는 넓은 아량도 중요하다.
훼어팩스에 소재한 한국결혼 박종진 대표는 “요즘은 남자나 여자나 모두 경제력은 기본이고, 외모를 제일 먼저 따진다”면서 “여성의 경우 고학력과 높은 연봉이 배우자 찾기에 오히려 방해가 되기도 한다”며 조건에 너무 치중해 좋은 인연을 놓치지 말 것을 강조했다. <정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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