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들은 인간의 타고난 재능을 여덟 가지로 분류한다. 언어, 수리, 음악, 미술, 체육, 인간친화, 자연친화, 그리고 자기 성찰이다. 누구나 이 중에 한 두가지, 또는 여러 개의 재능을 타고날 것이다. 시기의 차이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언젠가는 드러나게 된다는 이러한 재능들. 과연 내가 타고난 재능은 이 중에 무엇일까. 스스로 자각하고 키워나가는 것 또한 중요한 일이기에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봄직하다.
언어, 수리, 음악, 미술, 그리고 체육, 이 다섯 가지 재능은 스스로, 또는 부모가 어렵지 않게 발견한다. 말을 일찍 터득하거나 외국어를 쉽게 습득하거나 남들보다 언어 표현력이 뛰어나다면 언어적 재능을 타고난 것이고, 모차르트 같은 천재성까지는 아니더라도 악기를 잘 다룬다거나 곡을 쓴다거나 하는 음악적 재능 또한 타고나는 일일 것이다.
미술, 체육도 마찬가지. 100 미터를 20초에 뛰는 사람은 아무리 열심히 연습해도 12초에 뛸 수는 없다. 스스로의 노력만으로는 어떤 단계 이상에 도달할 수 없는 것, 반대로 그런 노력 없이도 남들보다 잘하는 그 무엇. 그것이 바로 재능일 것이다.
그리고 자연 친화와 인간 친화력. 유독 사람들과 관계를 잘 맺고, 타인들의 일에 누구보다도 더 깊게 공감하고 함께 나누는 사람들 또한 타고 난다는 것이다. 인맥을 쌓으려 명함을 돌리고, 인맥 쌓는 온라인 사이트에 등록하고 여기저기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의 친구맺기에 열심이고, 때마다 여기저기 선물을 보내는, 그런 작위적인 노력이 아니어도 깊고 넓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것 또한 타고 난다고 한다.
타고 나지 않았는데 억지스럽게 인간관계를 맺으려 노력하는 건 미술에 재능이 없는데, 그림 그리기에 필요한 물감이며, 팔레트며, 캔버스를 사다가 쌓아놓는 것과 비슷한 게 아닐까.
자연 친화, 이 재능은 잘 모르겠다. 자연을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데이빗 소로우, 법정스님처럼 자연 속에서 살다가 세상을 떠난 분들이야 당연히 자연친화 재능을 타고 난 분들이겠지만, 현대 사회, 도심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자연친화 재능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자연 속에서 마음의 편안함을 느끼고 위로를 받는다면 자연친화 재능을 타고난 것인지, 아니면 자연 속에서 삶을 영위해야 자연친화 재능을 타고난 것인지…이건 조금 더 생각해봐야할 것 같다. 내가 이 재능을 타고 났는지 어떤지는. 그 여부가 사실 그리 중요한 건 아니다. 자연을 보며 삶을 좀 더 이해하고 위로받고, 또 좀 더 큰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난 충분히 만족한다.
마지막으로 자기 성찰. 자기 성찰이 재능이라는 건 이 재능이 없으면 자기 성찰을 하지 못한다는 말이 아닌가. 누구나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고, 또 자신의 삶을 통찰하려 노력하며 살아가는 것이 아니던가. 자기에게 입혀진 사회적 옷을 벗어버린, 본래적 삶의 주체로서의 자신을 바라보는 눈을 가진 것, 그것이 바로 자기 성찰 재능이 아닐까.
자기성찰이란, 결코 나 자신에게만 달린 일은 아니다. 나를 바라보려면 나를 둘러싼 것들을 함께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이 개인적 인간관계일 수도 있고, 사회적 관계, 또는 자연의 일부인 나를 둘러싼 환경을 바라보는 것이기도 하다. 타인이나 외부를 통해 알게 되는 나 자신은, 나에게만 집중해서 알아내는 나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깨닫게 한다.
이 모든 타고난 재능도 갈고 닦는 노력이 수반될 때 더 빛을 발할 것이다. 내가 이 순간, 이 시간에 더 열중해야할 이유이다.
<김진아 광고전략가/ 쿠알라룸푸르 Young & Rubic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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