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3만인 헝가리의 작은 도시 오로샤자는 거위와 오리 덕분에 먹고 산다. 이 도시는 푸아그라(foie gras) 생산지로 유명하다. 푸아그라는 인위적으로 살찌운 거위와 오리의 간으로 만든 요리다. 캐비어(철갑상어알), 트뤼플(송로버섯)과 함께 서양의 3대 진미로 꼽히는 요리다. 오로샤자는 인구 3만명 가운데 1만명이 푸아그라 관련 일에 종사하고 있다. 이곳에서 매년 생산하는 푸아그라는 3,000톤에 가깝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푸아그라의 본산은 프랑스이다. 푸아그라는 프랑스가 자랑하는 요리들 가운데 하나이다. 당연히 푸아그라 생산량도 단연 최고이다. 연간 전 세계 생산량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프랑스의 푸아그라 생산은 주춤하고 대신 헝가리 생산량이 급속히 늘고 있다. 곡물 가격이 폭등하면서 수지를 맞추기 힘들어진데다 푸아그라에 대해 ‘동물학대’라는 여론이 갈수록 비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헝가리의 오로샤자는 프랑스가 멈칫거리는 사이 그 틈새를 파고들어 푸아그라를 아예 주력산업으로 적극 키우고 있다.
푸아그라는 생후 2달 전후된 거위에게 2주 동안 먹이를 강제 주입해 간을 정상의 10배 크기로 살찌운 것이다. 푸아그라는 프랑스 어로 ‘기름진 간’이라는 뜻이다. 먹이를 강제주입 당하는 동안 거위는 옴짝달싹 못하도록 아주 좁은 철장에 갇힌다. 동물애호가들은 강제 먹이 주입을 고문이라고 비난한다.
하지만 푸아그라 생산업자들은 이런 비난을 반박한다. 거위가 간에 지방을 축적하는 것은 따스한 곳에서 계절을 나기 위해 이동하는 철새들이 이에 대비하려는 자연스런 성향이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먹이주입을 통해 간을 살찌우는 것이 겉보기 보다는 그리 잔혹한 행위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또 푸아그라 애호가들과 요리사들은 푸아그라는 규제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전통적인 식문화라고 항변한다.
하지만 푸아그라를 금지하려는 동물애호가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이를 금지하는 국가들도 점차 늘고 있다. 현재 영국과 이탈리아, 이스라엘, 독일 등 14개 국가가 푸아그라를 금지하고 있다. 그리고 캘리포니아 주가 지난 7월1일 푸아그라 금지조치에 합류했다. 당초 캘리포니아 주의 금지 결정은 2004년에 내려졌지만 8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이날부터 시행에 들어간 것이다.
푸아그라 애호가들이 당연히 이 금지안에 반발하고 있다. 한 푸아그라 애호가는 “캘리포니아 주민들이 얼마나 우둔한지를 보여주는 조치”라고 조롱했다. 금지조치 시행으로 식당에서 이 요리를 팔다 적발될 경우에는 1,000달러의 벌금이 부과된다. 그러나 누가 어떻게 이것을 단속할지는 불분명한 상황이다. 각 지역 경찰들은 단속과 관련한 어떠한 지침도 없었다고 밝히고 있다.
단속의 손길이 없을 것이라고 방심하고 이 요리를 팔았다가는 큰 코 다칠 각오를 해야 한다. 왜냐하면 동물애호가들이 그런 업소들을 잡아내겠다고 눈에 불을 켜고 있기 때문이다. 한 동물단체는 “단속의 눈을 피해 푸아그라를 팔다 걸리면 소송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업소 문을 닫게 만들 것”이라고 벼르고 있다.
푸아그라는 동물학대인가 아니면 전통 식문화인가. 또 전통적인 식문화는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 것인가. 푸아그라 금지를 둘러싼 갈등은 얼핏 개고기 논란을 떠올리게 만든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